QUICK
MENU

open close
 
문서 [프로레스로 산다] 30. 실력주의

작성자: 하나미치 등록일: 2018.04.13 16:09:12 조회수: 91

29. 실력주의

 

 

내가 지금 젊은 녀석들을 키우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먼 길을 돌아오게 하지 않는다'는 것. 솔직히 내가 걸어온 25년간의 프로레슬링 인생에는 쓸모없었다고 생각되는 일도 많았다. 먼 길을 돌고 또 돌아서 가까스로 지름길을 발견한 적이 아주 많았다.

 

물론 나의 경우엔 그것이 경험이 되고 양분이 되어 '레슬러 무토케이지'를 형성하는 뿌리로서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녀석들을 일부러 먼 길을 돌아오게 할 시대가 아니다. 그렇게 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내가 희망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어서 빨리 일선에 나설 수 있는 선수를 만드는 것. 뛰어난 선수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재적해 있던 시절의 신일본프로레슬링에는 연공서열이라는 것이 있었다. 북미는 그런 연공서열 없이 기본적으로는 실력주의. 북미의 경우엔 거기에 플러스해서 '정치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단체가 커지면, 파벌이 생겨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릭 플레어가 부커가  되면, 릭 플레어 주변의 녀석들이 서포트에 나선다.

 

그러다 릭 플레어가 해고 되면, 릭 플레어의 측근들도 모두 해고 된다. 그리고 이번엔 다른 파벌의 녀석들이 수뇌부를 형성한다.

 

부커가 된 녀석은 어쨌든 측근들을 중점적으로 기용한다. 따라서 선수들도 그 무리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시합에 나설 수 없게 된다. 나처럼 일본에서 왔거나 하는 선수들은 그런 식으로 조직이 다른 파벌로 넘어가는 순간에 특히 한 켠으로 버려지기 쉽다.

 

내가 마지막으로 미국에 갔던 것이 2002년이다. 그 때 WCW의 보스는 에릭 비숍이었다.

 

내가 다시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뉴욕, 즉 WWE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꿈이라고나 할까. 역시 레슬러로서 한 번은 WWE의 링에 서보고 싶다는 야망이 있었다. 마침 일본에서의 프로레슬링이 재미가 없어졌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래서 나도 굳은 각오를 하고 신일본측 사람들에게 상담을 했었다. 그랬더니 "잠깐 기다려봐. WCW쪽에서 널 원하던걸?"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 당시, WCW는 WWE와 경쟁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 전세가 나빠지고 있던 시기였다. WCW는 WWF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노선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링 위에서의 싸움을 좀 더 클래식한 노선으로 되돌리고 싶다. 그러려면 너(무토 케이지)같은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 정도로 날 필요로 한다면, 내 마음도 그쪽으로 끌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막 WCW에 도착을 하고나서 보니, 나에게 WCW로 오라고 권유했던 에릭 비숍이 보스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비숍 대신 빈스 루쏘라는 녀석이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빈스 루쏘는 원래 WWE의 시나리오 작가였는데, WCW로 넘어와 있었다.

 

문제는 이 빈스 루쏘라는 녀석이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점이었다. 황색인종이나 흑인을 경멸하는 녀석이었다.

 

내가 찾아가니, "뭐 하러 왔어?" 정도의 반응. 나도 설마 그 사이에 보스가 바뀌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한 방 먹었다. 다만 계약은 사전에 다 해놨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는 좋았다.

 

결국, WCW에는 실질적으로 반년도 채 있지 않았다. 결국 일본에는 그 해의 섣달 그믐날에 이노키가 개최하는 '이노키 봄바예'에 출전했고, 덧붙여서 스킨헤드버전 무토케이지가 첫 등장하기도 했다.

 

어쨌든, 미국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정치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뭐, 앞서 말한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는 WCW 세계 태그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벨트 하나 정도는 따낼 수 있을 정도의 스테이터스를, 그레이트 무타는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일본프로레스의 경우, 정치력과는 관계없고, 애초에 정치라는 것이 없다. 어쨌든 일부러 고생시키지 않고 먼 길을 돌아오게 하지 않고 최단 거리로 레슬러를 키워낼 생각이다. 즉, '완전실력주의'다.

 

 

profile
하나미치 등록일: 2018-04-13 16:11
앞으로 13화 정도 더 하면 끝납니다...몇분이나 보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그래도 끝까지 올릴게요....ㅎㅎ

이 다음에는 WWF의 역사를 다룬 연재칼럼

혹은,

신자키 진세이(WWF에서는 하쿠시)가 WWF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책에서 발췌하여 올려볼까 합니다...... 관심없으시려나...ㅎㅎ
profile
y2fns 등록일: 2018-04-15 10:56
매번 들어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연재글도 기대하겠습니다
profile
flair316 등록일: 2018-04-13 17:28
빈스 루소 이인간은 인종차별까지 하는군요. 아주 가지가지하네요.
profile
clench 등록일: 2018-04-13 18:28
잘 읽고 있어요. 특히 가끔 나오는 하시모토 신야에 관한 언급이 흥미롭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2 wwe.com이 뽑은 '역대 최고의 머니 인 더 뱅크 경기 참가자' Top 10 [4] BuffaloBills 18-06-05 222
791 스타덤의 현재 군단 세력도 [1] eks150 18-06-02 447
790 일본 최대 규모의 프로레슬링 샵 '투도관' 소개 공국진 18-05-11 156
789 [프로레스로 산다] 36. 세일즈 포인트 [1] 하나미치 18-04-20 73
788 [프로레스로 산다] 35. 단체의 바이블 [1] 하나미치 18-04-20 60
787 [프로레스로 산다] 34. 피지컬 하나미치 18-04-20 64
786 [하쿠시의 WWF 활약 일기] 1월분 [4] 하나미치 18-04-17 247
785 [프로레스로 산다] 33. 후나키 마사카츠 하나미치 18-04-17 51
784 [프로레스로 산다] 32. 빅맨 페티시 하나미치 18-04-17 54
783 [프로레스로 산다] 31. 장점을 살린다 하나미치 18-04-17 33
782 wwe.com이 뽑은 '오늘날 WWE에서 가장 강력한 서브미션 기술들' Top 10 [1] BuffaloBills 18-04-16 101
» [프로레스로 산다] 30. 실력주의 [4] 하나미치 18-04-13 91
780 [프로레스로 산다] 29. 레슬러의 자질 하나미치 18-04-13 51
779 [프로레스로 산다] 28. 로케이션 하나미치 18-04-13 44
778 [프로레스로 산다] 27. 실제관계 하나미치 18-04-12 149
777 [프로레스로 산다] 26. 임팩트 하나미치 18-04-12 53
776 [프로레스로 산다] 25. 승부론 하나미치 18-04-12 53
775 [프로레스로 산다] 24. 스토리를 굴린다 하나미치 18-04-06 42
774 [프로레스로 산다] 23. 떡은 떡집에서 하나미치 18-04-05 79
773 [프로레스로 산다] 22. 프로레슬링 머리 하나미치 18-03-31 70
772 [프로레스로 산다] 21. 폭로본 하나미치 18-03-31 73
771 [프로레스로 산다] 20. 프로레슬링 팬 하나미치 18-03-31 42
770 [프로레스로 산다] 19. 실전 [2] 하나미치 18-03-28 70
769 [프로레스로 산다] 18. 코어 [1] 하나미치 18-03-28 75
768 [프로레스로 산다] 17. 심해지는 침체 하나미치 18-03-27 63
767 [프로레스로 산다] 16. 플란다스의 개 하나미치 18-03-27 40
766 [프로레스로 산다] 15. 육체표현 하나미치 18-03-26 58
765 [프로레스로 산다] 14. 프로레슬링을 생각한다 하나미치 18-03-26 42
764 [프로레스로 산다] 13. 영 라이온 하나미치 18-03-26 61
763 [프로레스로 산다] 12. UWF에 대한 위화감 하나미치 18-03-24 74
762 [프로레스로 산다] 11. 아버지에 대한 복수 하나미치 18-03-24 88
761 [프로레스로 산다] 10. Anywhere [2] 하나미치 18-03-22 67
760 [프로레스로 산다] 9. 탬퍼 [2] 하나미치 18-03-22 54
759 [프로레스로 산다] 8. 생의 실감 [1] 하나미치 18-03-21 77
758 [프로레스로 산다] 0. 들어가며 [4] 하나미치 18-03-21 78
757 [프로레스로 산다] 7. 자유 [1] 하나미치 18-03-21 59
756 [프로레스로 산다] 6. 「무토이즘의 뿌리」 하나미치 18-03-20 76
755 [프로레스로 산다] 5. 영원의 시스템 하나미치 18-03-20 113
754 [프로레스로 산다] 4. 현장주의(現場主義) [2] 하나미치 18-03-20 84
753 [프로레스로 산다] 3. 변화 하나미치 18-03-19 129
752 [프로레스로 산다] 2. 가지지 못한 자 하나미치 18-03-19 156
751 [프로레스로 산다 (무토 케이지의 자서전)] 1. 한 천재의 죽음 [3] 하나미치 18-03-19 188
750 wwe.com이 뽑은 'WWE 역사상 최고의 여성 프로레슬링 경기들' Top 10 BuffaloBills 18-03-18 228
749 2017 레슬링 옵저버 Awards [2] eks150 18-03-15 375
748 wwe.com이 뽑은 'WWE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외부 영입 인사들' Top 10 [7] BuffaloBills 18-03-07 465
747 wwe.com이 뽑은 'NXT 테이크오버 역사상 최고의 경기' Top 10 [1] BuffaloBills 18-03-01 313
746 신일본의 게도(外道)가 회고하는 크리스 제리코 (중역) appliepie1 18-02-15 295
745 타나하시 히로시가 말하는 "스트롱 스타일의 저주" (중역) [2] appliepie1 18-01-11 305
744 wwe.com이 뽑은 '2017년을 빛낸 최고의 WWE 수퍼스타들' Top 10 BuffaloBills 17-12-29 158
743 wwe.com이 뽑은 '2017년에 치러진 WWE 최고의 경기들' Top 25 [5] BuffaloBills 17-12-21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