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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프로레스로 산다] 25. 승부론

작성자: 하나미치 등록일: 2018.04.12 16:35:37 조회수: 53

25. 승부론

 


1999년 1월 4일, 도쿄돔에서 열린 하시모토 신야 VS 오가와 나오야전. 오가와가 하시모토에게 슈트를 건 시합으로서, 지금도 '사건'으로서 회자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시합은 보고 있으면 확실히 재밌긴 하다. 그런데 나는 그 날, 메인 경기에서 스캇 노튼과 IWGP 챔피언 결정전을 해야 했다. 내가 맡은 역할로서는, 확실히 메인을 장식하기 위해서 분위기를 점차적으로 높여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날 도쿄돔 대회에는 오니타 아츠시도 참전했다. 어쨌든 '이 순간만 잘 되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한 매치메이크였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신일본은 회사 전체가 '이번 돔 대회가 성공하면 뭐든 문제없어' 라는, 그런 감각이었다.

 

하시모토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스토리는 아니었다. 그건 고민 끝에 나온 앵글이었다. 때문에 그 시합에 관해서는 홈런경쟁이 아니지만 '어디까지 비거리를 늘릴 수 있을까' 하는 감각이었다.

 

나는 이치로가 아니지만, 열심히 안타를 쌓아서 평균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도 같은 스탠스로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다. '올해만 잘 넘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았다.

 

내년에도, 아니 10년 20년 후에도 전일본을 번영시키고 싶다는 자세로 프로레슬링을 만들고 있다.

 

근데, 오가와 VS 하시모토 같은 시합이 확실히 재밌긴 하다. 어떻게 될지 예측도 되지 않고, 열기도 뜨겁다. 관객의 흥분도도 대단했다.

 

혹시 전일본 링에서도 이런 시합을 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시합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스토리가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가와와 하시모토 모두 진심으로 시합을 했다. 그게 이노키의 방식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상대를 미워하고 진심으로 질투하거나 한다. 그런 인간의 감정만큼은, 이노키는 진짜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때문에 90년대 프로레슬링은 정말 재밌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도 시합에서 지면 상당히 분했다. 하시모토에게도 쵸노에게도, 켄스케에게도 누구에게도 지는 것은 화가 나고 분했다. 승패에 대한 진지함이 있었다. 지금은 승패에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프로레슬링 계의 환경이 탓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의 환경도 다르고, 종합격투기 같은 것도 생겨났다. 그쪽으로 승부론의 진지함을 뺏긴 것도 있다. 어쨌든 그 당시에는 프로레슬링의 링에 뜨거움이 있었다.

 

UWF 인터내셔널과의 대항전도 정말로 나도 그렇고 관객들도 열기가 대단했으니까. 그 시합을 승부론을 가지고 봐주었기 때문에 그런 열기가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이런 승부론으로 뜨거워 질 수 있는 시합을 만들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로 때, 장소, 상황이 준비되고 정말로 좋은 레슬러가 나온다면 종합격투기에 지지 않는 승부론을 품을 수 있는 시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쟁영화도,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프로레슬링도 좀 더 사람의 마음을 고양시킬 수 있는 엔터테이너가 나와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엔터테인먼트성을 추구한 '허슬'이라는 단체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체다.

 

'머슬'도 본 적이 있다. 감상을 말하자면 시시하지만 또 재밌었다. 이런 감상을 내가 어디에선가 얘기했더니 그걸 들은 건지 '머슬'로부터 오퍼가 왔던 적도 있었다. 개런티가 안 맞아서 거절했지만.

 

다만 나는 머슬 사카이에게 직접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프로레슬링으로 할 필요 없잖아. 그걸 스모를 가지고 해봐. 아니면 축구를 가지고 그렇게 해보든지" 라고. 프로레슬링이 아닌 다른 장르로 하는 편이 더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녀석들도 메이저 선수들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근데 그런 거 하지 말고 '머슬' 독자적인 세계를 성립시키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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