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MENU

open close
 
문서 [프로레스로 산다] 19. 실전

작성자: 하나미치 등록일: 2018.03.28 12:52:14 조회수: 70

19. 실전


과연, 프로레슬러에게 실전능력은 필요한 것일까?

 

'슈트'란 프로레슬링계에 있어서 '진검승부'를 의미하는 은어다. 스모계 은어로 '가칭코'라고 하는데, 지금은 이 말도 일반인들에게 전부 보급됐다.

 

다만 착각하기 쉬운 것은 '슈트의 강함, 실전능력' = '종합격투기에서의 강함' 이 아니라는 것. 실전능력이라는 것은 결코 종합격투기라는 경기 내에서의 강함이 아니다.

 

종합격투기라는 것은 그것도 어쨌든 하나의 '경기'니까 말이다. 잘은 모르지만 종합격투기도 프로모션에 따라 규칙이 약간 다를 것이다. 분명 그 규칙의 차이에 의해서 강함의 기준도 달라져버릴 것이다.

 

즉, 종합격투기에서 강한 사람이 최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그 규칙을 기반으로 한 경기에서 최강이라는 말이다.

 

그럼, 프로레슬링에서의 실전능력이란 무엇인가 하면,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강한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유도를 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센다이시에 있는 도호쿠 유도전문학교(현 센다이 접골의료전문학교)라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접골사를 키워내기 위한 학교다.

 

나는 이 학교의 유도부 소속으로 변함없이 유도를 계속하고 있었다. 당연히 유도를 잘 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한편 유도는 잘 못하지만 불량한 양아치 같은 선배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유도를 잘 하는 선배와 양아치 선배가 싸움을 했다.

 

이 싸움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양아치 선배가 이겼다.

 

그 양아치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의 눈을 찔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단했다. '유도 따위 개나 줘' 같은 느낌으로 온갖 더러운 수를 썼다. 뭐, 아무리 유도를 잘 한다고 해도, 싸움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못 당하는 것이다. 극히 싸움에 관해서 말하자면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실전의 강함을 종합격투기라는 범주 속에 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금 종합격투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유도에서 전향해온 이시이 사토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곧바로 유도를 그만두고 종합격투가가 되었다.

 

이시이는 종합격투기라는 분야에서도 유도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도와 종합격투기는 완전히 별개의 경기다. 비록 유도에서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종합격투기에서도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미리 얘기해두지만, 유도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오르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이 어려운 일이다. 나는 유도를 해봤으니까 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선 이시이는 굉장히 험하고 힘든 길을 걸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능도 보통사람보다 뛰어났을 것이다. 그런 이시이라도 완전히 다른 규칙으로 싸우는 경기를 한다는 것은, 그가 해온 유도 이상으로 힘들 것이다.

 

뭐 예전에는 프로레슬링에서도 도장에서의 '실력자'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종합격투기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강함을 추구하고 싶은 녀석은 대개 종합격투기로 가기 때문이다.

 

드물게 도장 내에서 어설픈 자신의 '강함'을 우쭐해 하는 녀석이 있다. 이건 정말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것이다.

 

내가 다녔던 도호쿠 유도전문학교 조차, 유도부에는 120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다. 그 중에서 레귤러가 될 수 있는 것은 7~8명 뿐. 경쟁률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게다가 아주 다양한 녀석들이 있었다. 보기엔 약해 보이는데 실제론 무지막지하게 강한 녀석도 있고, 멍하니 바보같이 있으면서 실제론 강한 녀석도 있고. 내가 다닌 이 전문학교에서만도 프로레슬링 도장 이상으로 층이 두꺼웠다.

 

한편 프로레슬링은, 경력에 의해서 '강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지금은 관객들도 영리해져서 그런 수법은 통하지 않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미지의 강호'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다.

 

뭐, 나는 나름대로 유도라는 경기에서 강함을 추구하는 경험을 해 왔다. 따라서 신일본에 입문했을 때 강함을 추구하는 사상에는 물들지 않았다. 그보다 내가 상상하고 있던 프로레슬링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건 사카구치 세이지나 초슈리키, 마사 사이토 같은 아마추어에서 실적을 올렸던 사람들에게도 공통되는 점이다. 사카구치 세이지도 유도로 일본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이지만 '내가 가장 강하다' 같은 말은 절대로 입에 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그런 사상에 물들지 않는 것이다. 강함을 추구했을 때의 고됨, 눈앞의 높은 허들이라는 것을 몸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세계를 추구한 결과, 프로레슬링이라는 세계에 뛰어들은 것이다.

 

UWF라는 환상을 만든 사람들은 그런 경기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 경쟁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 필두에 이노키가 있었고.

 

확실히 나도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나름 강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유도를 하긴 했지만 누운 기술(그라운드)이 싫었다. 게다가 내가 유도를 했을 당시엔 유도에서 누운 기술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

 

심지어 '그라운드 1년, 스탠딩 3년'이라는 말도 있었다. 스탠딩 상태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그만큼 재능이 필요하고 누운 기술은 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그런 식으로들 이야기 했었다. 때문에 그라운드 기술에 대해서 그만큼 열정을 불태우지 못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선 강했다. 뭐, 신일본에 입문했을 때는 다른 녀석들보다도 몸집도 더 컸었고. 체격만으로도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유도 자체도 그다지 진지하게 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이제 막 생긴 신설 고등학교. 나는 2기생이었으니까, 내 위로는 1년 선배들만이 있었을 뿐이다. 유도부에도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었다.

 

그 후, 유도전문학교에 갔지만 실제로 강한 녀석들은 대학 유도부로 갔다. 예를 들어 현에서 가장 강한 녀석은 무조건 대학 진학을 해버린다. 대개 3~4위권에 해당하는 녀석들이 내가 다녔던 유도전문학교에 오는 것이다.

 

그래도 엄격한 지도를 해줄 지도자는 없었다. 혹시 명문 대학에 갔다면 스파르타식 지도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내가 받았던 지도는 별 것 아니었다.

 

다만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나도 천성이랄까, 태어날 때부터의 체력은 있는 타입이었다고 생각한다. 몸집도 컸고 다리도 빨랐다. 순발력도 있고 백 덤블링도 손쉽게 가능했다. 신체능력이라는 면에서는 나름의 자질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피지컬적인 부분만으로도 꽤 잘 나갔다. 체력 덕분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일단 최종적으로 유도에서는 올림픽 강화선수 후보까지 되었지만, 그것도 선천적인 자질만 가지고 이루어냈던 것이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분석해봤을 때, 역시 그만큼 나의 유도가 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 보다 강한 녀석은 넘칠 만큼 많았다. "이야.. 이길 수 없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녀석은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런 체험을 해왔기 때문에, 프로레슬링이라는 세계에 들어왔을 때 '강함'만을 추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미 그런 부분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하시모토 신야 같은 타입의 녀석도 있었다. 녀석은 '프로레슬링이야말로 최강. 이노키가 가장 강하다!' 라는 환상을 가지고 신일본에 들어왔으니까.

 

"내가 가장 강해질거야!"

 

하시모토는 정말로 강해지기 위해서 프로레슬링계에 들어왔던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순수한 남자였다.

 

어쨌든 나의 슈트(실전)에 대한 사고방식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니까 '프로레슬링 최강'을 내세워온 신일본의 인기가 추락한 것도 자업자득이다, 라는 생각도 있다.

 

UWF라는 것은 그런 사상이 가장 첨예화된 집단이다. 다만 UWF는 프로레슬링이라고 하는 카테고리 속에서는 분명 멋졌다. 어찌됐든 '반체제파'였다. '반체제'라는 것은 어떤 장르에서건 인기가 생기게 마련이다. 내가 봤을 땐, 그들은 정말 멋졌다.

 

그들은 '힘 앞에서 굴복할 수 없다' 같은 무브먼트를 만들어냈다. 뭐, 이노키가 조작해서 그 이미지를 만들어낸 부분도 있지만, 그들은 항상 멋지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대상이긴 했다.

 

 


「プロレスで生きる」、武藤敬司、エンタ?ブレイン、2009

profile
clench 등록일: 2018-03-28 16:05
엄청 신랄하군요. 정말 강함을 추구해본 적도 없는 이들이라서 프로레슬링에서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거고 결과물은 엔터태인먼트인 프로레슬링을 망치는 거라는 말이군요.
profile
appliepie1 등록일: 2018-03-29 00:26
이런걸 보면 무토는 역시 마인드에서부터 독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2 wwe.com이 뽑은 '역대 최고의 머니 인 더 뱅크 경기 참가자' Top 10 [4] BuffaloBills 18-06-05 222
791 스타덤의 현재 군단 세력도 [1] eks150 18-06-02 447
790 일본 최대 규모의 프로레슬링 샵 '투도관' 소개 공국진 18-05-11 156
789 [프로레스로 산다] 36. 세일즈 포인트 [1] 하나미치 18-04-20 73
788 [프로레스로 산다] 35. 단체의 바이블 [1] 하나미치 18-04-20 60
787 [프로레스로 산다] 34. 피지컬 하나미치 18-04-20 64
786 [하쿠시의 WWF 활약 일기] 1월분 [4] 하나미치 18-04-17 247
785 [프로레스로 산다] 33. 후나키 마사카츠 하나미치 18-04-17 51
784 [프로레스로 산다] 32. 빅맨 페티시 하나미치 18-04-17 54
783 [프로레스로 산다] 31. 장점을 살린다 하나미치 18-04-17 33
782 wwe.com이 뽑은 '오늘날 WWE에서 가장 강력한 서브미션 기술들' Top 10 [1] BuffaloBills 18-04-16 101
781 [프로레스로 산다] 30. 실력주의 [4] 하나미치 18-04-13 91
780 [프로레스로 산다] 29. 레슬러의 자질 하나미치 18-04-13 51
779 [프로레스로 산다] 28. 로케이션 하나미치 18-04-13 44
778 [프로레스로 산다] 27. 실제관계 하나미치 18-04-12 149
777 [프로레스로 산다] 26. 임팩트 하나미치 18-04-12 53
776 [프로레스로 산다] 25. 승부론 하나미치 18-04-12 53
775 [프로레스로 산다] 24. 스토리를 굴린다 하나미치 18-04-06 42
774 [프로레스로 산다] 23. 떡은 떡집에서 하나미치 18-04-05 79
773 [프로레스로 산다] 22. 프로레슬링 머리 하나미치 18-03-31 70
772 [프로레스로 산다] 21. 폭로본 하나미치 18-03-31 73
771 [프로레스로 산다] 20. 프로레슬링 팬 하나미치 18-03-31 42
» [프로레스로 산다] 19. 실전 [2] 하나미치 18-03-28 70
769 [프로레스로 산다] 18. 코어 [1] 하나미치 18-03-28 75
768 [프로레스로 산다] 17. 심해지는 침체 하나미치 18-03-27 63
767 [프로레스로 산다] 16. 플란다스의 개 하나미치 18-03-27 40
766 [프로레스로 산다] 15. 육체표현 하나미치 18-03-26 58
765 [프로레스로 산다] 14. 프로레슬링을 생각한다 하나미치 18-03-26 42
764 [프로레스로 산다] 13. 영 라이온 하나미치 18-03-26 61
763 [프로레스로 산다] 12. UWF에 대한 위화감 하나미치 18-03-24 74
762 [프로레스로 산다] 11. 아버지에 대한 복수 하나미치 18-03-24 88
761 [프로레스로 산다] 10. Anywhere [2] 하나미치 18-03-22 67
760 [프로레스로 산다] 9. 탬퍼 [2] 하나미치 18-03-22 54
759 [프로레스로 산다] 8. 생의 실감 [1] 하나미치 18-03-21 77
758 [프로레스로 산다] 0. 들어가며 [4] 하나미치 18-03-21 78
757 [프로레스로 산다] 7. 자유 [1] 하나미치 18-03-21 59
756 [프로레스로 산다] 6. 「무토이즘의 뿌리」 하나미치 18-03-20 76
755 [프로레스로 산다] 5. 영원의 시스템 하나미치 18-03-20 113
754 [프로레스로 산다] 4. 현장주의(現場主義) [2] 하나미치 18-03-20 84
753 [프로레스로 산다] 3. 변화 하나미치 18-03-19 129
752 [프로레스로 산다] 2. 가지지 못한 자 하나미치 18-03-19 156
751 [프로레스로 산다 (무토 케이지의 자서전)] 1. 한 천재의 죽음 [3] 하나미치 18-03-19 188
750 wwe.com이 뽑은 'WWE 역사상 최고의 여성 프로레슬링 경기들' Top 10 BuffaloBills 18-03-18 228
749 2017 레슬링 옵저버 Awards [2] eks150 18-03-15 375
748 wwe.com이 뽑은 'WWE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외부 영입 인사들' Top 10 [7] BuffaloBills 18-03-07 465
747 wwe.com이 뽑은 'NXT 테이크오버 역사상 최고의 경기' Top 10 [1] BuffaloBills 18-03-01 313
746 신일본의 게도(外道)가 회고하는 크리스 제리코 (중역) appliepie1 18-02-15 295
745 타나하시 히로시가 말하는 "스트롱 스타일의 저주" (중역) [2] appliepie1 18-01-11 305
744 wwe.com이 뽑은 '2017년을 빛낸 최고의 WWE 수퍼스타들' Top 10 BuffaloBills 17-12-29 158
743 wwe.com이 뽑은 '2017년에 치러진 WWE 최고의 경기들' Top 25 [5] BuffaloBills 17-12-21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