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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뉴스 [뉴스+루머] 레슬링 옵저버 라디오-2020/3/1:AEW 레볼루션

작성자: gansu 등록일: 2020.03.02 07:29:15 조회수: 1821

[본 게시물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wwe.com으로, 사진 이미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WW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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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평


멜처 :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나?


알바레즈 : 무슨 날인데? 서머타임 적용하기 6일 남은 날?


멜처 : 그것도 맞지만 오늘은 무도관에서 미사와 vs 코바시 최종전이 열렸던 날이다. 역사상 최고의 명경기 중 하나였지. 올 타임 클래식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심지어 그 경기조차 오늘 열린 태그팀 타이틀전만큼 좋지는 않았다. 


알바레즈 : 와우. 대단한 극찬이네.


멜처 : 정말로 그랬으니까. 


알바레즈 : 확실히 그 경기가 오늘 최고의 경기였지. 


멜처 : 올해 최고의 경기일걸. 오카다 vs 나이토를 확인차 한번 더 봐야겠다. 어제까진 그게 올해 열린 최고의 경기였다고 생각했거든. 그 경기와 오늘 경기는 비슷하게 좋았다. 오늘 열린 경기는 내가 살면서 본 태그팀 경기 중 최고였다. 최소한 미국에서 열린 태그팀 경기 중에선 이것보다 나은 경기를 떠올릴 수가 없네. 오늘 경기는 그 정도로 대단했다. 내가 과거 직관했던 산토 & 옥타곤 vs 러브 머신 & 에디 게레로 경기보다도 훨씬 좋았지. 미국 역사상 최고의 태그팀 경기를 뽑으라면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vs 판타스틱 경기가 그나마 뇌리에 떠오르는데, 그 경기도 오늘 경기만큼 좋지는 않았다. 


알바레즈 : 와우.


멜처 : 좌우지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경기였다. 난 이 경기를 한번 더 돌려 봤는데, 두번째 감상할 때가 생방보다 훨씬 더 좋게 느껴졌다. 경기 내에 정말 디테일한 부분이 많이 숨어있었거든. 맷 잭슨에게 피니셔인 V트리거 + 벅샷 래리어트를 넣고 핀을 했을 때, 케니는 잠깐 움찔했다가 (다친) 어깨를 들어올린다. 핀폴을 할 때 상대방을 누르는 어깨에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한다는 걸 암시하려고 말이지. 그 후 맷 잭슨이 극적으로 킥아웃한다. 그냥 단순한 킥아웃 장면이 아니었던 거다. 그런 섬세한 디테일이 수없이 많았다. 영 벅스가 케니에게 골든 러버즈의 피니셔를 시전하고 그걸 1에 킥아웃 하는 장면이나, 행맨이 마티 스컬의 치킨 윙을 시전하는 등등. 모든 것이. 정말로 인크레더블한 경기였다. 


우린 지난 3일 사이에  정말 이 이상 극과 극일 수가 없는 2개의 PPV를 봤다. 하나는 대단히 훌륭한 PPV였고, 다른 하나는 지독히도 끔찍하다는 말도 부족한 PPV였지. (beyond god-awful) 오늘 스맥다운도 봤는데, 이 세 쇼를 연달아 보고 확실해진 건 말이다. WWE는 프로듀서만 400명, 방송작가만 600명은 있잖냐? 물론 이건 과장한거고 실제로는 수십 명 정도지만.....


알바레즈 : 잠깐만. 진짜 수백명 있는 게 아니란 말야? (역주: 비꼬는 겁니다)


멜처 : 실제론 40여명인가.... 반면 AEW는 프로듀서가 4~5명이고, 각본에 관여하는 사람이 5명인가?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인원수가 그렇게 차이나는데, 실제 내놓은 결과물을 보면 AEW의 쇼가 WWE의 쇼보다 열배, 아니 스무배는 더 많은 사고 과정을 (thought process) 거쳤다는 게 명백히 드러난다. 물론 WWE에도 기본적이고 좋은 경기가 있지. 하지만 경기를 짜는데 들이는 생각의 깊이의 차이는.... 매번 하는 말이긴 하다. 심지어 오늘 퀄리티가 좋지 못하던 나일라 로즈 vs 크리스 스탯랜더 경기조차도 놀랄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담겨있다. 그냥 경기력이 좋지 못했을 뿐이지. 오늘 쇼의 모든 경기가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경기가 '와, 얘들 진짜 신경 많이 썼구나' 라는 느낌이 드는 경기였다. 반면 WWE는.... '그냥 나가서 하우스쇼에서 하던대로 대충 하세요' 느낌이지. 거기에 가끔 반전 하나 정도 들어갈 때도 있고. WWE 경기에도 가끔씩은 그런 경기가 나올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그게 뭘 의미할지는 모르겠네. AEW 부커진이 더 영리한 걸 수도 있고, 더 열심히 일하는 걸 수도 있다. 


알바레즈 : 아니지. 그게 의미하는 건 그냥 한 단체는 프로레슬링을 하고 있고, 다른 단체는 유사-프로레슬링을 하고 있다는 거다. 사실 걔들부터가 프로레슬링이라고 부르지도 않잖아. 


멜처 : 그건 아니고, 그냥 깊게 생각을 안 하는 거지. 난 일평생 프로레슬링을 봐 왔지만 그 중에서 지금 AEW처럼 깊게 생각하고 경기를 짜는 단체는 아주 드물었다. 그렇다고 나머지들이 죄다 프로레슬링 비스무리한 뭔가를 하고 있다고 말하진 않잖아. 


알바레즈 : 일단 내 말을 들어봐라. 내가 오카다, 릭 플레어 급의 역대급 레슬러는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난 내 커리어 중에서 다른 제3자가 짜준 경기를 그대로 따라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경기 상대방도 아니고, 완전 제3자가! 경기라는 건 그렇게 하는게 아니다. 상대방과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내며, 경기의 모든 내용이 말이 되도록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프로레슬링이다. 에이전트가 A부터 Z까지 짜준 내용을 고스란히 따라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멜처 : 그게 WWE가 불러온 새로운 현상이기는 하지. 하지만 WWE에 그런 방식이 도입된 건 거의 30년은 된 일이잖냐. 


알바레즈 : 내 말은, 프로레슬링의 역사를 통틀어 절대다수의 선수들에게 있어서 프로레슬링이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거다. 오직 WWE만 제외하면 말이지. 


멜처 : 그건 사실이다.


알바레즈 : 그 탓에 수많은 영리한 선수들이, 예를 들어.... 존 목슬리 같은 선수들은 WWE에서는 에이전트가 짜준 경기 내용을 맹목적으로 따라하기만 해야 헸지. 크리스 제리코와 머리를 맞대고 마주 앉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는 게 아니라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지? 제리코는 올해 일본에서 타나하시와 고작 20분만에 훌륭한 경기를 뚝딱 만들어냈잖냐. 그게 프로레슬링이다. WWE 경기가 맨날 그게 그거처럼 느껴진다고 비판받는 이유가 뭐냐. 맨날 똑같은 프로듀서가 똑같은 경기만 짜니까 그런 거 아니냐. 


프로레슬링이란 그런 게 아니다. 프로레슬링의 진정한 강점인 창의성이 발휘되려면, 영 벅스, 행맨, 케니 오메가, SCU, 루챠 브라더스처럼 저마다 다른 철학과 색깔을 가진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경기를 구성해야만 한다. 그래야 매번 다른 경기가 나오지. 고작 몇 명의 에이전트가 '레슬링은 이거 아니면 전부 틀린거야' 라는 생각으로 죄다 똑같은 경기만 양산하는 게 아니라. 그게 지금 WWE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내가 유사 프로레슬링이라고 하는 거고.


멜처 : 에디 그라함 같은 경우는 경기의 결말부에는 굉장히 심도 깊은 생각을 기울였지만, 경기 내용은 꽤나 단순 명료하게 구성했다. 그때도 지금 얘네들만큼은 아니었어. 


알바레즈 : 그건 시대의 차이지. 그 시절에 비하면 팬들의 보는 눈도 깊어졌으니까. 


멜처 : 하지만 예를 들면... 나일라 로즈 vs 크리스 스탯랜더 경기 같은 경우는 아마 케니 오메가가 짠 경기일 거다. 


알바레즈 : 걔넨 둘다 초보자잖냐. 아직 경기를 짤 짬이 안 되는 선수들이 전국에 송출되는 PPV에서 중요한 경기를 갖게 됐으니, 그런 상황에서는 업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베테랑이 경기를 짜주는 게 맞지. 하지만 그 둘이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게 되면? 그때부터는 케니 오메가가 간섭할 필요가 없을걸. 오히려 두 사람이 스스로 경기를 짜는 게 더 나아지겠지. 


멜처 : 물론 그것도 완전 맞는 말이다. 다만 지금 이 깊이의 차이의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라 이 말이지. 토니 칸도 큰 그림을 짤 때 상당 부분 관여하기는 한다. 태그팀 타이틀전은 당연히 그 4인이 직접 짠 경기일 거고. 제리코 vs 목슬리 경기는 내가 보기엔 제리코가 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목슬리도 일정 부분 의견을 낸 경기 같더라. 그런 대단한 경기만이 아니라, 다른 경기들도 놀랄 정도로 머리를 썼더라고. 다비 알린 vs 새미 게바라 경기 기억나냐? 심지어 그 경기는 그렇게 긴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걔들은 평범한 경기를 하는 대신,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해 경기의 모든 내용이 제대로 말이 되는 경기를 구성했다. 그 내용물이란게 자살특공대 짓이긴 했지만.... 뭐 그건 별개의 문제고.


그 점은 사실 AEW의 우려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얘네는 위험한 스팟을 아슬아슬하게 성공하는 장면이 많은데, 계속 지금처럼 아슬아슬하게 성공할 수는 없을 거다. 언젠가는 실수가 벌어지고 사고가 나겠지. 물론 프로레슬링의 부상이라는 게 대부분 위험한 스팟보다는 사소한 장면에서 벌어지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위험한 장면이 꽤 많았다. 맷 잭슨이 더블 수플렉스를 접수할 때 머리부터 떨어진 장면이라거나.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알바레즈 : 그 장면은 운이 좋았지. 그 저먼 수플렉스 장면이 위험했던 이유는 맷 잭슨이 처음에 너무 높게 던져져서인데, 역설적으로 너무 높게 뜬 덕분에 머리부터 추락하는 걸 피했다. 사고의 원인 덕분에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셈이지. 


멜처 : 그래. 하여간 위험했잖냐. 그런 아슬아슬한 장면이 20번, 50번 벌어진다면 그 중에 한두번은 반드시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법이다. 나는 그걸 걱정하는 거지. 



2. 프리쇼 


멜처 : 프리쇼 경기는 2개였다. 하나는 TV에 안 나와서 못 봤는데, 페넬로피 포드 & 브릿 베이커 vs 리호 & 유카 사카자키 경기였다. 경기 도중 킵 새이비언이 난입했고 브릿 베이커가 락죠로 유카 사카자키를 꺾고 승리했다고 하네. 관객들은 킵 새이비언의 난입에 크게 환호했고, 리호와 유카는 어썸한 하이스팟을 보여줬으며 마지막 4분은 훌륭했다고 한다. 내가 본 경기는 다크 오더 vs SCU 경기였는데, 그냥 무난한 경기였다. 결말은 이블 우노가 레프리 바로 앞에 있는 스콜피오 스카이의 뒤통수에 래리어트를 먹이고, 스튜 그레이슨이 핀을 한 거였는데, 이건 결말이 아주 좋지 않아서 경기 전체를 나쁘게 만들었다. 보통 레프리가 그런 장면을 대놓고 봤다면, DQ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바로 핀을 카운트하진 않을 거거든. 그 후에는 콜트 카바나가 난입해 좋은 반응을 받았고, 그 다음에는 Exalted one처럼 입고 나온 크리스토퍼 대니얼스가 난입했다. 경기는 그냥저냥 괜찮았고, 선수들이 노력은 했지만 그렇게 특별한 점은 없었다. 



3. 제이크 헤이거 def. 더스틴 로즈


알바레즈 : 이 경기는 제이크 헤이거의 아내가 관객석에 자리했다. 


멜처 : 난 이 경기에서 헤이거 마누라를 하도 많이 비춰줘서 '이건 100% 경기에 난입하던가 하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아니라 놀랐다. 


알바레즈 : 뭐 경기 내용에 영향을 주긴 했지. 경기 초반에 부부끼리 물고 빠는 장면은 굉장한 야유를 받았고, 더스틴이 아내에게 키스로 도발하는 장면도 있었다. 


멜처 : 그건 현대 기준으로는 좀 거시기하지 않았나?


알바레즈 : 2020년 기준으론 좀 그랬지.


멜처 : 물론 프로레슬링에서 그런 류의 장면은 환호를 이끌어낼 수 있는 클리셰이긴 하다. 실제로 이번에도 환호가 나오기는 했는데, 보기 불편한 사람들도 있었을걸.


알바레즈 : 있었겠지. 이 경기에서 의문스러운 장면은 경기 중반에 더스틴은 오브리가 막는데도 섀테드 드림을 시전했고 DQ를 받지 않았는데, 경기 후반에 헤이거는 굳이 오브리가 다른 곳을 볼 때 로우블로우를 시전했거든. 그게 이상하더라고. 악역이면 그 장면에서 DQ를 받고, 선역은 안 받는다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첫 장면에서 오브리가 다른 곳을 봤어야 했는데 뭔가 미스가 있었던 건가? 


멜처 : 나도 모르겠네.


알바레즈 : 어느 쪽이든 아주 이상한 장면이었다. 그 다음엔 헤이거가 서브미션을 시전했고 승리했지. 음.... 그냥저냥 괜찮은 경기였다. 


멜처 : 음. 괜찮았다. 엔터테이닝했지. 


알바레즈 : 그 다음에는 AEW 다이너마이트 '블러드 앤 것츠' 특집 쇼를 홍보하는 영상이 나왔다.


멜처 : 워 게임이지. WWE에 트레이드마크가 있으니까 단어는 못 쓰지만. 두개의 링과 철창, 그리고 지붕. 그러니까 이건 WWE식 변형 워게임이 아니라, 더스티 로즈가 처음 고안한 원조 워게임 룰이다. WWE 버전은 천장을 떼어내서 철장 위에서 다이빙을 할 수 있게 룰이 바뀌었지. 더스티 로즈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철창에 천장을 둔다는 게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두 방식으로 열린 경기를 모두 본 입장에서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천장이 없는 WWE 버전이 좀 더 안전하지 않나 싶다. 현시대 선수들이 다이빙하기에도 좋고. 천장에 부딪힐 위험도 없지. 예전에 브라이언 필먼은..... 


알바레즈 : 철창을 더 높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 15M 정도로. 그 높이에서 다이빙할 미친놈은 없을 것 아니냐. 


멜처 : (필먼 이야기 생략) 하여간 재밌는 건 이 블러드 앤 것츠가 PPV가 아니라, TNT에서 방영되는 위클리쇼의 한 에피소드라는 점이다. 난 당연히 PPV에서 할 줄 알았는데. TV에서 방영하면 시청률에 도움이 되겠지. 어차피 AEW는 3~4주 뒤의 에피소드를 예고할 정도로 장기적인 계획대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니까. 이번에도 비슷한 경우일 거다. NXT에게 '너네들도 그때 빵빵한 카드 준비 안 하면 시청률 발린다?' 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이 에피소드가 출혈 없이 열릴 거라곤 상상할 수가 없는데, 뭐 코디의 철창 경기 때도 출혈이 있었지만 TNT측은 별 불만 없었으니까 괜찮을 거다. 매주 출혈이 나와선 안 되겠지만 가끔이라면야 뭐. 



4. 다비 알린 def. 새미 게바라


알바레즈 : 이 경기는 그냥 제정신이 아니었다.


멜처 : 완전 미쳤지. 경기 시작하기도 전부터 토페를 갈기고, 거기서부터 쭉쭉 풀악셀을 밟았다. 


알바레즈 : 쥬라식 익스프레스가 관전석에 앉아 있었지. 얘네가 경기에 난입하나 했는데 아니더라. 두 사람 다 전혀 몸을 사리지 않고 경기에 임했고, 위험한 장면도 많이 나왔다. 보챠가 날 뻔했던 토페라거나....


멜처 : 그 장면은 라 파르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장면과 거의 똑같았다. 


알바레즈 : 아주 위험했지. 사실 다비는 그 장면 이후에 상당 시간 동안 다리를 절더라. 부디 별 탈 없으면 좋겠네. 그 다음에 새미가 쓴 미친 무브는.... 얘는 그냥 630도를 시전한 게 아니라, 장외에 있는 테이블에, 그것도 몸을 절반 정도 비틀면서 시전했다. 이 짓을 한 이후에야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렸지. 경기 도중에 스패니시 플라이도 나왔고....


멜처 : 그 스패니시 플라이는 정말 어썸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느낌의 플립+스터너도 있었지. 아주 멋진 무브였다. 


알바레즈 : 막판엔 헤이거가 나오며 대립이 계속 이어질 것을 암시했지. 아주 좋은 경기였다. 


멜처 : 둘 다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고, 경기를 보고 있으면 '아, 이 둘은 3년 뒤엔 분명 메인이벤터가 되어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보다 빠를 수도 있고. 이 두 선수는 관객들과 아주 강하게 이어져 있었다. 다비가 특히. 새미 게바라는 정말 재능 넘치는 선수고. 그는 자신이 지닌 걸 어떻게 활용해야 '먹히는지' 점점 더 감을 잡아가고 있다. 둘다 정말 포텐셜 넘치는 선수다.  



5. 행맨 페이지 & 케니 오메가 def. 영 벅스


알바레즈 : 이 태그팀 경기는 정말이지.... 난 이 경기를 보고 나서 메모를 무려 517자나 써놨더라. 


멜처 : 하나님 맙소사. 난 한 페이지를 꽉 채웠다. 이걸 어떻게 다 적었는지 모르겠네.


알바레즈 : 30분짜리 경기였고. 경기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행맨이 자꾸 시비를 걸고, 케니는 최대한 중재하려 노력하고, 영벅스는 행맨에게 화를 내는 식이었다. 행맨이 맷 잭슨에게 침을 뱉는 장면이 있었는데, 엄청 굵직한(....) 침덩어리가 얼굴에 붙었더라. 많이 더러웠다. 그 뒤에는.... (중략) 아까도 말했지만 이 경기에 대해 꼭 언급해야 할 점은, 경기의 모든 장면에 그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는 점이다. 그냥 하이스팟을 위한 하이스팟이 아니라, 경기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장면들. 


멜처 : 그랬지. 사실상 거의 모든 장면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었다. 얘네들이 지난 1년간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발견할 수 있는 장면들도 있었지. (탈-엘리트한) 마티 스컬의 치킨 윙을 행맨이 쓴다던가. (떠나간 베프 이부시와의 연계기인) 골든 트리거를 케니한테 쓴다던가. 몇년 전 롱비치에서 열렸던 경기에서 나온 장면이라던가. 이 선수들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면 알아챌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많았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감탄할 미친 스팟들도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봐도 엄청난 명경기지만 알고 보면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경기였다.


알바레즈 : 이 경기가 정말 좋았던 점은.... 아마 이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 중 WWE 위클리쇼를 매주 챙겨보는 사람은 5%도 안 될텐데, 매주 그걸 챙겨보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WWE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답을 받기가 (rewarded) 정말 힘들다. 위클리쇼를 아무리 열심히 챙겨 보더라도 의미가 없지. 위클리쇼에서 선수들이 뭘 하건, 무슨 떡밥이 있건 간에 PPV에서 그게 보답을 받는 일은, '위클리쇼를 본 값'을 하는 일은 결코 없으니까 말이다. 사실 오히려 위클리쇼 스토리를 열심히, 진지하게 챙겨보는 사람일 수록 역으로 좌절과 분노만 커지게 된다. 


 멜처 : 그렇지. 위클리쇼에서 전개된 스토리는 PPV 경기와 하나도 이어지지 않고, 대부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결말로 끝나버리니까. 물론 가끔은 스토리가 이어지는 일도 있으니까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스토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수록 오히려 좌절감만 느끼게 된다. 


알바레즈 : 내 말이! 오늘 이 경기는 그것과 완전히 정 반대였다. 위클리쇼를 열심히 보고, 이 선수들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일 수록 PPV 경기를 감상할 때 더 보답을 받는 경기였지. 물론 이 경기는 기존 스토리에 대해 전혀 모르고 봐도 대단한 명경기였지만, AEW를 집중해서 보는 사람일 수록 더 많은 보답을 받는 경기였다. 사실 AEW 쇼 전체가 그렇지. 누가 예기치 않게 부상을 입는다거나, 나이트메어 콜렉티브처럼 (폭망해서 조용히 접은) 각본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AEW를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재밌게 감상할 수 있고, 잘 아는 사람이라면 한층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런 건 아주 특별한 일이지. 


알바레즈 : 이 경기는 다들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중의 스타는 단연 행맨이었다. 


멜처 : 입장할 때 가장 큰 반응을 받은 건 오메가였지만, 경기중 가장 열광적인 반응이 나온 건 행맨이었지. 카우보이 SHIT 챈트도 그렇고. 


알바레즈 : 카우보이 SHIT 챈트. FUCK THEM UP COWBOY, FUCK THEM UP 챈트 등등. 관객들이 좋아 죽더라. 아까 말한 벅샷 & V 트리거 장면이 있었고, 막판에는 케니가 외날개의 천사를 시전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행맨이 대신 외날개의 천사를 작렬하는 장면이 있었다. 케니 대신 '답답하니 내가 뛴다!' 라는 느낌도 있었고, 지금껏 아무도 킥아웃하지 못한 기술이라는 상징성도 있었지. 닉 잭슨이 간신히 핀폴을 방해하자, 행맨은 '다 X까'를 시전하며 자신의 무브인 벅샷 래리어트로 1vs2 무쌍을 찍으며 승리했다. 타이틀을 지킨 사람도 행맨, 피니셔를 쓴 사람도 행맨, 핀을 따낸 사람도 행맨이 된 셈이지. 


경기가 끝나고 영벅스는 화해를 청했고, 케니는 감정이 남았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받아들였다. 행맨은 오랫동안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턴힐각을 싸게 잡았는데.... 관중 모두가 벅샷 래리어트가 나올지 긴장하며 지켜보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케니가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목격했고, 행맨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이 다시 벨트를 집어들고 케니를 껴안았다. 이 앵글은 정말로 훌륭했다. 정말 여러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앵글이었다. 어썸했지.


멜처 : 이 경기는 아마도 미국 역사상 최고의 태그팀 경기였을 거다. 어쩌면 단연 최고였을 수도 있고. 로프가 살짝 헐겁던 것처럼 보이더라. 보챠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닉 잭슨이 로프 액션을 할 때 두어 번 정도 불안정한 모습이 나왔거든. 그런데도 기술 시전은 성공시키더라.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선수 입장에서 그 입장로에서 노던라이트 수플렉스를 시전하는 장면은 얼마나 어려운거냐? 나야 레슬러가 아니니 모르지만, 어떤 선수가 말하기로는 그걸 링 위에서 시전하는 건 몰라도, 고지대에서 시전하는 건 훨씬 어렵다던데. 


알바레즈 : 수플렉스 자체가 난이도가 높은 건 아니다. 문제는 수플렉스 이후 체조선수처럼 뒤로 back walkover를 해야 하는데, 이건 처음 연습할 때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시전한다. 그게 훨씬 쉽거든. 그게 익숙해지면 이제 평평한 매트에서 시전할 수 있게 되는 거고. 근데 이 놈은 그걸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시전한거지. 당연히 훨씬 어렵다. (역주: 이 부분은 제가 정확히 이해한건지 모르겠네요)


멜처 : 그렇구만.


알바레즈 : 하여간에 완전 인크레더블한 경기였다. 리플레이가 뜨면 꼭 봐라.


멜처 : 몇몇 우려되는 스팟도 있었지만 정말 놀라운 스펙터클인 경기였다. 이 경기는 30분이 살짝 넘었는데, 그 중에 무의미하게 시간을 끄는 장면은 단 1초도 없었다. 왜 그런 거 있잖냐. 30분짜리 경기 중 처음 8분은 사실상 편집해도 무방할 내용이고, 22분만 좋은 경기인 경우. 오늘 경기는 편집해도 좋을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15분처럼 느껴진 30분이었다. 뭘 더 말하겠냐? 



6. 나일라 로즈 def. 크리스 스탯랜더


알바레즈 : 이 명경기의 뒤를 이은 불행한 주인공은 나일라 로즈와 크리스 스탯랜더였다. 


멜처 : 시작부터 끝장난 상황이었지. 이건 말해둬야겠네. 관객들은 최대한 호응해주려 노력했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만들지 못했을 뿐이지.


알바레즈 : 나일라 로즈는 리호를 상대로는 대단히 훌륭한 경기를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상대는 리호가 아니었다. 둘 다 노력은 하더라. 


멜처 : 둘 다 설렁설렁 한건 아니었고, 분명 좋은 경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지만 실수가 많았지.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알바레즈 : 그랬지. 얘들은 무브는 많이 시전했지만, 그게 하나의 경기로 이어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영벅스 vs 케니&행맨 경기도 무브는 많이 나왔지만 그건 완성도 높은 레슬링 경기였거든? 이건 그냥 미리 짜둔 순서대로 기술만 시전하며 경기가 무사히 끝나길 바라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경기 내내 관중들은 전 경기의 후유증에 시달렸는데, 중간에 크리스 스탯랜더가 벌떡 일어나려다 발라당 넘어지는 민망한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걸 비웃지 않고, 다시 일어선 스탯랜더에게 응원을 보내더라니까? AEW 관객들은 진짜 세상에서 제일 착한 관객들이다. 


멜처 : 관객들도 얘네들이 끔찍한 순서에 배정됐다는 걸 이해하는거지. 얘들 경기가 구린 경기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고. 그럼에도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분명 노오오오력은 하던데. 그냥 실수가 많았다.



7. MJF def. 코디


알바레즈 : 그 다음은 코디 vs MJF였다.


멜처 : 코디는 목에 타투를 했더라. 난 걔가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네. 연기 (acting) 일에 열정도 있으면서 목에 왜 그 타투를 했대냐? 그냥 가슴팍 같은 데에나 하지.  


알바레즈 : 코디 마누라도 걔가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를걸. 난 처음에 목에 그 큰 타투를 한 걸 보고 '아, 저건 당연히 지워지는 문신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진짜 타투더라고! 


멜처 : 내 말이.


알바레즈 : 타투야 뭐 그렇다 치고.... 그 놈의 엔트런스 라이브 공연은 ㅋㅋㅋ 최대한 좋게 말하자면, 절대 득이 되진 않았다. 코디의 테마 음악은 모두가 좋아하는 명곡이지만, 밴드 실력은 그걸 라이브로 부를 실력이 절대 안 되더라. 새로 한 문신에 문제의 공연까지. 입장씬이 완전 '이게 뭔 상황이지' 싶었다. 다행히 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관객들의 정신을 되돌려 놓을 수 있었지만, 입장씬 자체는 완전 헛스윙이었다.


멜처 : QT 마샬, 파라오 등 코디 패밀리가 함께 입장하는 건 좋았다. 


알바레즈 : 스티븐 아멜도 있었지! (역주: 미드 Arrow의 주연 배우) 


멜처 : 맞다. 그건 멋졌지.


알바레즈 : 걔는 목에 문신 안 했으면 좋겠네. MJF는 코디가 철창 경기에서 다친 발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눈 긁기 등 반칙을 동원하며 야유를 끌었다. 경기 중반의 대형 스팟은 코디의 부츠를 벗기고 발가락을 무는 장면이었네. MJF의 출혈은 코디의 킥을 접수한 뒤에 나던데, 정확히 뭐에 맞은건지 모르겠네. 발톱에 긁혔나?


멜처 : 그래서 출혈이 난 거냐? 


알바레즈 : 정확히는 모르겠네. 브랜디가 다이빙을 하는 걸 워드로우가.... (중략) 코디가 허리 벨트로 MJF를 채찍질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레프리가 한번 제지했지만 어찌저찌 사정하며 한대만 더 때리는데 성공했다. 어째 AEW의 심판은 점점 느슨해지는 느낌이네. 


멜처 : MJF는 채찍질 두대만에 울던데, 10대를 버텨낸 코디와 대조되도록 짠 장면이었다.


알바레즈 : MJF는 코디에게 애원하다가 얼굴에 침을 뱉었고, 코디는 완전 광분해 2연 크로스로즈와 채찍질을 시전했다. 3번째 크로스로즈는 반격당했고, MJF는 몰래 착용한 반지로 코디를 가격, 승리를 거뒀다. 이거 가격이 얼마였더라?


멜처 : 4천만원인가? 실제 가격인 걸로 안다.


알바레즈 : 하여간 기믹을 잘 활용해 승리했지. 이번 PPV 경기는 MJF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 대립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전개될 수 있다는 느낌이다. 이 대립을 벌써 끝내기엔 너무 이르다. 이번에는 MJF가 이겨야만 했고. 


멜처 : 그렇지. 이번에 코디가 승리한다면 그 다음엔 이야기가 전개될 방향이 없었다. 


알바레즈 :  코디가 이기면 거기서 끝나버리니까. 사실 난 코디가 무기를 써서 MJF에게 앙갚음을 하는 장면이 심판에게 들켜서 AEW 최초로 DQ패를 당한다거나, 코디가 사실상 경기에서 이겼지만 MJF가 꼼수로 승리한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AEW 최초의 DQ패는 PAC vs 오메가 아이언맨 매치에서 나왔고, 이 경기에서는 예상 외로 클린 핀이 나왔다. 


멜처 : 안 앤더슨 관련으로도 빌드업이 있는 것 같고. 어쩌면 코디가 턴힐한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개인적으로는 코디는 절대 턴힐해선 안된다고 본다. 


알바레즈 : 문제는 안 앤더슨이 턴힐하면 코디는 패배자처럼 보이게 될 거라는 거지. 지금 대립도 MJF가 코디를 배신해서 시작된 대립이잖냐. 여기에다 안 앤더슨까지 배신하면 코디가 뭘로 보이겠냐? 이런 부분은 주의를 기울어야 하겠지.


멜처 :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안 앤더슨이 워드로우, MJF를 매니징 하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바레즈 : 거기에 2명 더 추가해서 4명 스테이블 만들면 딱이라니까.


멜처 : 누굴 더? 난 추가적인 멤버는 필요 없다고 본다. 


  

8. PAC def. 오렌지 캐시디


알바레즈 : 그 다음 경기는 PAC 대 오렌지 캐시디였는데. 그래요 여러분. 이 둘은 아주 좋은 경기를 만들었답니다. 


멜처 : ㅇㅇ. 관중들은 이 경기를 완전 사랑했다.


알바레즈 : 아마도 오늘 관객들이 가장 깊게 몰입한 경기였을 거다. 경기 흐름은 오렌지가 자기 페이스로 경기를 진행하고, PAC이 열 받아서 끌려다니는 식이었는데, 웃긴게 뭔줄 아냐? 오렌지 캐시디는 코넷 컬트가 가장 극혐하는 선수잖냐. 그런데 이날 캐시디는 모든 프로레슬러들이 추구해야 할 덕목을 실현한 선수였다. '최소한의 무브만 써서 최대한의 반응을 이끌어내라.' 경기를 대충 하라는 말이 아니라.  


멜처 : 사실 최소한의 무브만 쓰진 않았고 이것저것 많은 걸 보여주긴 했지. 그래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다. 오렌지 캐시디는..... 미드 애틀랜틱 레슬링의 지미 밸리언트 같은 유형의 선수다. 지미 밸리언트는 언변이 좋았으니 완전 똑같다는 건 아닌데, 맡은 역할이 비슷해. 지미는 매번 출연할 때마다 관객들을 열광시켰고 큰 만족을 선사했지만, 월드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선수는 절대 아니었고 정석적인 좋은 대립을 가질 수 있는 타입도 아니었다. 캐시디도 그런 느낌이지. 등장할 때마다 대환호가 나오고, 귀여운(?) 장면을 연출하는 감초 역할. 


경기 중에 PAC과 캐시디가 마주보며 웃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건 그런 느낌이었다. PAC도 분명 오늘 캐시디식 경기가 잘 뽑힐 거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을 거다. 캐시디는 진짜 재주 좋은 선수고, PAC은 매번 말하지만 정말 훌륭한 선수니까. 그럼에도 예상 이상으로 경기가 흥하고 관객들이 좋아 죽으려고 하니까, 저도 모르게 웃음을 못 참은 거지. 캐시디에게 "너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ㅋㅋㅋ ㅅㅂ 개쩜ㅋㅋㅋ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ㅋㅋㅋㅋ." 라는 감정을 공유하는 느낌. 진짜 뜬금없으면서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알바레즈 : 내가 이 경기에 딱 하나 불만이 있었다면 마지막 결말부였다. 막판에 루챠 브라더스가 난입해 베스트 프렌즈를 내보내고, 캐시디는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PAC에게 브루털라이저를 당해 패배했는데, 이건 AEW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WWE식 결말이었다. 난 선역 선수가 다른 누군가에 정신이 팔려있다 패배하는 결말을 ㄹㅇ 극혐한다. 선역을 얼간이처럼 보이게 만들잖냐. 아무리 링 바깥에 누가 난입하더라도, 경기 상대를 두고 다른 곳에 한눈을 팔다 패배하는 건 너무 멍청해 보인다고. 그 점이 유일한 불만이었다. 그 외엔 엑설런트한 경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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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존 목슬리 def. 크리스 제리코


알바레즈 : 마지막은 메인이벤트인 월챔 매치였지. 관중들은 처음에는 상당히 지친 상태였지만 경기가 진행될 수록 다시 열정을 되찾았다. 코디의 입장곡 밴드는 완전 말아먹은 반면, 제리코는 무슨 교회 성가대를 데려와서 대박 엔트런스를 연출했다. 오늘 쇼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멜처 : 내 말이. 완전 뜬금없는데 그게 정말 멋졌다. 


알바레즈 : 목슬리는 안대를 낀 쪽의 눈에 출혈이 발생해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이너써클이 하나씩 차례차례 난입해 목슬리를 방해했다. 이 경기의 스토리는 제리코가 목슬리의 멀쩡한 외눈을 중점적으로 공략해 완전히 장님 신세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주다스 이펙트를 꽂아 넣어 승리하겠다는 경기 운영이었다. 


멜처 : 그것도 있었고, 이날 경기의 3~4개 장면은 카운트다운에서 목슬리가 랜디 카투어와 MMA 훈련을 하는 영상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보스턴 크랩을 힐훅으로 반격한 장면 등등. 이것도 아까 말한 것처럼, 지난주 다이너마이트가 끝나고 방영된 카운트다운을 본 사람이라면 보답을 받는 연출이었지. 랜디 카투어가 이번 경기를 대비해 목슬리를 코칭해 줬기 때문에, 평소라면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을 보스턴 크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런 스토리적 개연성 말이다. 주다스 이펙트를 더킹으로 피하는 장면도 있었지. 그것도 랜디 카투어 훈련영상에서 나온 장면이었다.


알바레즈 : 그것만이 아니라, 목슬리가 마침내 안대를 풀어헤치자 회복된 눈이 드러났지. 목슬리를 장님으로 만든다는 제리코의 영악한 경기 플랜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반전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2대 챔피언에 등극한 목슬리는 "ㅅㅂ 내가 이래서 프로레슬링을 사랑한다니까!' 로 시작되는 프로모를 펼쳤다. 이 타이틀은 나의 것이 아니라, AEW를 만들어 준 팬들의 열정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고 여러분들이 타이틀의 주인이라는 내용이었지. 중간에 프로모가 잠시 끊기자 백스테이지에서는 (프로모가 끝난 줄 알고) 목슬리의 테마음악을 내보냈는데, 목슬리는 'WTF, 멋대로 끊지 마. 나 아직 다 안 끝났어' 라고 말하곤 잠시 이야기를 더 이어가다가, 이제 그만 위스키나 빨러 가야겠다고 말하며 쇼의 막을 내렸다. 


완전 리얼하다고 해야하나. ㅋㅋㅋ 그래서 정말 좋았던 프로모였다. 그게 AEW의 개성 중 하나다. 이건 분명 각본이고 FAKE임에도, 많은 부분에서 리얼함이 느껴지지. 그러니까 이게 다 허구인 걸 알면서도 심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거다. 진짜인 부분이 있으니까. 어썸한 프로모였다.


멜처 : 동의한다. 난 처음엔 제리코가 타이틀을 내려놓기엔 좀 이르지 않나 생각했는데, 분명 그만한 계획이 있으니까 이런 결정을 내렸겠지.


알바레즈 : 그래. 물론 제리코 집권기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좀 더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문제가 뭔지 아냐? 목슬리는 지금 그만큼 핫하다. (제리코가 더 보여줄 게 남아 있음에도) 지금 시점에서 타이틀을 먹어도 좋을 만큼. 이건 뚜렷한 정답이 없는 상황이고, 양쪽 주장 다 일리가 있다. 제리코가 조금 더 집권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고, 목슬리가 먹기에 적기라는 말도 맞지. 


멜처 : 그것도 그렇지. 난 제리코가 지금 내려놓는 건 살짝 이르지 않나 싶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제리코는 여름에 FOZZY 해외 투어도 있고 하니까. 이번 PPV에서는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다음 PPV에선 FOZZY 여름 투어 홍보가 시작되니까 사람들도 '아, 그러면 투어 뛰러 가야하니까 이번 PPV에서 무조건 내려놓겠네.' 라고 다들 예상했겠지.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이번에 내려놓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목슬리가 이번에 먹는 것도 아무 문제 없는 선택이었고.


목슬리의 장점 중 하나는, 분명 선역이지만 선역과 대립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유형의 캐릭터니까. 실제로 목슬리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코디와 타이틀전을 갖고 싶다고 언급했다. '코디가 자긴 두번 다시 타이틀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건 알지만 자긴 그딴 사정은 X도 신경 안 쓰며, 코디를 잡지 않으면 확실히 챔피언이 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물론 코디는 오늘 MJF 상대로 패배했으니 다음 타이틀 샷을 얻을 가능성은 없을 테지만, 이런 제약에서 목슬리는 비교적 자유롭다 이거지. MJF나 행맨이 타이틀샷을 얻을 수도 있겠네. 제리코와 리매치를 가질 수도 있을 거고. 나도 아직은 모르겠다.


 

BEST 추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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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몬드BEST 등록일: 2020-03-02 02:26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던라이트 스플렉스 부분은 엔트런스에서 했는데 거기가 경사가 지어있으니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기술을 건 것이 맞으므로 번역을 잘하신것 같아요. 덤으로 그장면 자세히 보면 행맨이 접수를 잘해주더군요. 시전 후에 덤블링?으로 넘어가는 장면에 팔을 꽉잡아주거나 직접 넘겨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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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김권ㅣ 등록일: 2020-03-02 01:59
번역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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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몬드 등록일: 2020-03-02 02:26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던라이트 스플렉스 부분은 엔트런스에서 했는데 거기가 경사가 지어있으니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기술을 건 것이 맞으므로 번역을 잘하신것 같아요. 덤으로 그장면 자세히 보면 행맨이 접수를 잘해주더군요. 시전 후에 덤블링?으로 넘어가는 장면에 팔을 꽉잡아주거나 직접 넘겨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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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스제리코 등록일: 2020-03-02 04:19
진짜 저런 미친경기를 하면서도 보차가 한번도 없다니.. 라는 생각을 저도 했었는데 여기서도 그말이 나오는군요. 그만큼 보차가 없는것이 신기할정도로 엄청났던 경기. WWE에도 저럴수 있는 선수들이 넘쳐나는데 현실은 로만, 브록, 골벅, 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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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운 등록일: 2020-03-02 08:20
개인적인 리뷰에도 적었지만 코디 입장신은 반응이 비슷하군요..;; 정말 별로였던거같습니다. ㄷ이번 ppv에 대한 두사람의 리뷰에 대해서는 대부분 다 공감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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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na 등록일: 2020-03-02 10:43
프리쇼 2개였다고요? 왜 하나만 방송했는지 약간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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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스틴 등록일: 2020-03-03 14:51
멜처의 극찬으로 봐서는 케니&행맨-영벅스 경기는 6성(★★★★★★)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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