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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 사흘 전 실렸던 여자 프로배구 관련 칼럼입니다.



[ 우승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 흥국생명과 김연경을 향한 '엇갈린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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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2021 시즌의 개막을 앞둔 V리그 여자부에는 최근 '어우흥'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어차피 우승은 무조건 흥국생명"이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이재영과 재계약하고 쌍둥이 자매 이다영을 현대건설로부터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11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배구여제' 김연경까지 품에 안으며 그야말로 국가대표급 전력을 구축했다. 말 그대로 이 멤버들로 우승을 못하는 게 더 어렵다고 여겨질 만큼 화려한 구성이다.


  흥국생명은 새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첫 공식 무대였던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서도 조별리그 두 경기와 순위결정전 및 준결승까지 네 경기를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승으로 마무리하며 순조롭게 결승 무대로 올라갔다. 무패우승을 넘어 '무실세트 우승'까지 거론될 만큼, 모두가 흥국생명의 싱거운 우승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결승전에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GS칼텍스 서울 KIXX가 절대강자 흥국생명의 대항마로 나섰다. 9월 5일 충청북도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컵대회 여자부 결승에서 GS칼텍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을 제압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심지어 놀랍게도 세트 스코어 3:0(25-23, 28-26, 25-23)으로 내용에서도 완벽한 승리였다.


  GS칼텍스의 이변은 아무리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더라도 철저한 준비와 작전만 뒷받침된다면 흥국생명도 '난공불락'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었다.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의 약점이 리시브와 수비에 있다고 판단하고서 철저한 맞춤형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경기 내내 흥국생명 공격의 한 축인 이재영을 집중적으로 겨냥하여 목적타 서브를 날렸다. 이재영은 이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기록한 전체 리시브(71개)의 절반이 넘는 39개를 혼자 받아내야만 했다. 이재영은 수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앞선 경기들처럼 자유롭게 공격에 전념하지 못했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흥국생명은 이 경기에서 리시브 효율이 35.2%에 그치며 GS칼텍스의 42.9%보다 크게 뒤졌다. 기본적인 리시브가 불안하다 보니, 김연경처럼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공격 전개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GS칼텍스는 키 206㎝의 장신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의 높이를 앞세워 끈끈한 수비로 흥국생명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공격 템포가 떨어지다 보니, 흥국생명은 공격을 시도할때마다 상대의 높은 블로킹 벽과 정면으로 부딪혀야 하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흥국생명은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김연경에게 의존했지만, 이 경기에서 블로킹을 의식해 대각선 코스로 공격을 시도하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김연경마저 범실이 자주 나왔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은 28.6%에 그쳤다.


  게다가 GS칼텍스는 디그에서도 31:19로 흥국생명을 압도하며 허슬 플레이와 수비 조직력에서 크게 앞섰다. 공격에서는 이소영과 강소휘의 결정력을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흥국생명의 높이를 무력화시켰다. GS칼텍스의 승리는 앞으로 다가오는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흥국생명을 상대할 팀들에게 중요한 힌트가 될 전망이다.


  흥국생명에게도 이번 패배가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약이 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어우흥'이란 기대치는 사실 흥국생명 선수들의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었다. 만일 결승전까지 쉽게 우승했다면 자칫 팀 전체가 자만에 빠지거나, 혹은 V리그 차원에서도 흥국생명의 일방적인 독주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올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흥국생명은 비록 첫 우승 도전이던 컵대회 타이틀은 놓쳤지만, 정규 리그를 앞두고 '최종 모의고사'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확인하며 동기부여를 다잡을 수 있게 됐다.


  여전히 흥국생명이 2020~2021 시즌 V리그의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첫 컵대회를 통하여 분명히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어우흥'의 차원을 넘어 흥국생명이 '우승을 해도 부담, 우승을 못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바로 흥국생명이 한국 V리그 시장 구조에서는 다른 팀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비정상적일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에도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코로나19 사태로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에도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3위에 오르는 등, 김연경과 이다영이 가세하기 전부터 상위권에 있던 팀이었다. FA 계약으로 이다영 & 이재영 국가대표 쌍둥이 자매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 것까지는 정상적인 전력 보강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김연경이 합류하게 된 과정이었다. 해외 무대에서도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던 김연경이 올해 갑자기 국내로 복귀하게 된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흥국생명의 샐러리 캡이나 김연경의 몸값을 감안할 때, 흥국생명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김연경과 계약할 수 없었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페이 컷(고의적인 연봉 삭감)'이라는 변칙적인 계약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해외 무대에서 세계 최고 몸값인 약 20억 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김연경이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으며 합의한 금액은 3억 5천만 원이었다. 김연경은 자신의 V리그 복귀로 인해 샐러리 캡의 한계로 동료 선수들이 피해를 받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본인은 1년 뒤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본선에 최상의 몸 상태로 임하기 위해 연봉 삭감을 감수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많은 팬들도 김연경의 선택을 '착한 페이 컷', '배구여제의 희생'이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이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김연경의 '선의(善意)'와는 별개로 수단만 살펴볼 때, 이는 결국 샐러리 캡 제도의 기본 취지를 왜곡하는 비정상적인 '꼼수'였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규정의 '허점'을 이용한 행위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V리그 전체에 두고두고 좋지 못한 선례(先例)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저가(低價)에 영입하며 여자배구 역사상 전대미문의 '슈퍼 팀'을 결성하게 된 모양새다.


  흥국생명은 차라리 이번 컵대회 우승을 놓친 게 오히려 내심 다행이었을 수도 있다. 컵대회 준결승까지 흥국생명이 파죽의 무실세트 연승 가도를 이어가면서, 벌써부터 V리그 전력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김연경처럼 뛰어난 스타가 국내 무대에서 뛰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지나친 전력 차이로 인한 일방적인 승부가 속출한다면 리그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반면 흥국생명으로서는 어쩌다 한 번의 패배나 심지어 한 세트만 내줘도 엄청난 이변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게 적잖은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비록 GS칼텍스의 우승으로 흥국생명도 천하무적은 아니라는 게 증명되긴 했지만, 단판승부인 컵대회와 같은 팀들이 여러 차례 돌아가며 맞붙는 정규리그 & 플레이오프는 또 다르다. V리그가 개막해서도 흥국생명의 행보와 다른 팀들과의 전력 격차에 따라, '어우흥'과 '착한 페이 컷'의 정당성을 둘러싼 엇갈린 평가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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