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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 선배', '영미야'에 열광한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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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올림픽 은메달을 땄습니다. 한국 여자 컬링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때 최초로 컬링 종목에 출전했으니, 고작 두 번 만에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셈입니다.


  비록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졌지만, 세계 랭킹 8위였던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은 예선에서 9전 8승 1패라는 놀라운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해외 언론과 국제 컬링 관계자들이 한국팀에 주목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입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한국에서도 '영미야', '안경 선배'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평창 동계올림픽 최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앞으로 컬링이 양궁처럼 동계스포츠의 효자 종목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러나 은메달을 땄으니 대한민국이 컬링 강국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이번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은메달은 마치 눈 속에서 핀 꽃처럼 드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 훈련장조차 없던 컬링팀, 왕복 3시간 버스 타고 이동


  작년 11월 27일 김민정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은 메달 획득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주(부터 고작) 5일 동안 여기서 훈련했는데,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답변합니다.


  올림픽이 불과 약 70일 남았지만, 여자 컬링 대표팀은 주경기장인 강릉컬링센터를 더는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부실 시공 등의 이유로 보수 공사가 시작되면서, 경기장을 비워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남녀 대표팀은 단 며칠 동안만 강릉컬링센터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왕복 3시간 거리에 위치한 패럴림픽 전용 경기도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훈련했습니다. 그런데 얼음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공간도 좁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습니다.


  컬링 종목은 홈 경기장의 이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경기입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홈 이점은 커녕 다른 나라 선수보다 훈련 시간조차 부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따낸 은메달은 기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 컬링연맹에 편지까지 보낸 외국인 코치들


  작년 12월 8일, 남자 컬링 대표팀의 밥 어셀 코치와 여자 컬링 대표팀의 피터 갤런트 코치는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직접 장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외국인 코치들은 편지에서 "컬링 남녀 국가대표팀 외국인 코치로서, 대표팀이 최선의 환경에서 2018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 며 올림픽 경기 조건에 맞는 훈련장과 규격에 맞는 스톤 장비 등을 제공해달라고 연맹에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컬링경기연맹은 2017년 6월부터 집행부끼리의 법적 다툼으로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등 연맹이 마비됐습니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2개월 뒤 대한컬링경기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했습니다. 컬링연맹은 코치와 선수들의 요청을 들어줄 여력은 커녕 올림픽 준비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연맹에서 주는 포상금은 0원입니다. 대한컬링연맹 내부에 포상금 규정이 없거니와, 예산조차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포상금은 있지만, 다른 종목 선수들이 협회 등에서 몇 천만 원의 포상금을 받는 것과 비교해 보면, 선수들은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 내년이면 문을 닫는 의성여고 컬링팀


  여자 컬링 대표팀 5명 중에서 4명이 의성여고 출신입니다. 이번 은메달을 계기로 컬링 종목에서 의성여고 후배들이 배출될 것 같지만, 내년이면 의성여고 컬링팀은 문을 닫습니다.


  현재 의성여고 컬링팀은 3학년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고, 전문 코치조차 없습니다. 비전공인 교사가 감독을 맡고 있기에, 제대로 된 훈련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전임 체육교사였던 선생님이 지금 아마 이번 컬링 국가대표 거기 그 심판으로 참석하고 계시거든요. 이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가르친 제자들입니다. 저는 뭐 그 이후에 선생님이 학교는... 계속 공립학교는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 선생님이 가시고 난 다음에 저 같은 경우에는 컬링이 초보거든요. 이렇게 왔을 때 전문적인 코치가 없으니까 그런 시스템이 돼 있지 않으면 이런 뭐 단절되는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지도하는 데..."


  "실업팀을 운영해야 되는 협회이기 때문에 저희들까지 신경을 쓸 수 있는 여건은 못 되거든요. 저희들은 교육청에서 이런 지원이라든가 지자체에서 그런 특단의 지원이 있지 않으면 사실은 어려운 형편이죠." ('박지훈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인터뷰 : 강천석 의성여고 컬링팀 감독, 2월 21일)


  의성여고 컬링팀은 지난 1월 충북 진천에서 열린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의 지원은 별로 나아진 게 없습니다.


  언론 보도 이후 청와대에 "의성여고 컬링팀을 지켜주세요." 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장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서 컬링팀에 코치 등을 배치하고 지원할지는 의문입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여성 컬링 대표팀은 지난 10년 동안 고향인 의성군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컬링 종목 선수들이 보여준 대단한 성과와 인기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운동 환경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러나 다른 비인기종목의 사례처럼 잠시 떴다가 또다시 잊힐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력을 무너뜨리는 주범은 연맹이나 협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존재해야 할 연맹이 오히려 선수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거나 자리다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연맹이 제대로 해서 따낸 은메달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컬링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줘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메달을 딴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일뿐만 아니라, 이제는 선수들이 제대로 된 시설과 환경에서 마음 놓고 컬링을 하는지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끝)



오마이뉴스 임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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