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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X9ev76JjvY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we&no=1271360




위 링크에 가면 자막이 달린 세그먼트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는 세그먼트의 캡쳐 요약본을 볼 수 있습니다. 레닷은 다 좋은데 그림 파일의 업로드가 제한적인 게 아쉽네요.





레슬매니아 25가 끝난 뒤 스맥다운에서 열린 세그먼트입니다. 좀 오래된 팬메이드 영상에 자막을 단 거라서 화질이 구리긴 하지만 세그먼트의 포인트를 다 짚고 있고, 존 시나가 에지한테 '네가 어떤 공격을 퍼붓든 난 다시 일어섰다'라고 할 때 하이라이트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팬메이드 영상이네요. 





저기에서 존 시나는 에지한테 '넌 나보다 터프하고 너도 이게 진실이라는 걸 안다. 왜냐하면 네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날 공격하더라도 내가 결국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봤으니까'라고 합니다.




선역이 악역을 상대로 '난 너보다 강하다고!'라는 말하는 건 언뜻 보면 틀에 박힌 뻔한 대사죠. '선하고 강한 영웅 : 악하고 비열한 악당' 이라는 기초적인 프로레슬링 이분법에 근거한. 하지만 저기에서 존 시나가 에지를 상대로 저 말을 하면서 '난 항상 네 공격을 견디고 일어섰다'라고 말할 때, 팬들은 기계적인 선역 구도를 넘어선 실제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 사이엔 긴 인연이 있었고, 존 시나는 악당 에지를 상대로 일어서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니까요. 설령 존 시나의 캐릭터를 싫어하는 이라도 저기에서 존 시나가 저렇게 말하는 것의 당위를 부정할 순 없습니다.





비슷하게 레슬매니아 19를 앞두고 락이 오스틴을 '난 WWE에서 모든 것을 이뤄봤지만 레슬매니아에서 너를 이기는 것만은 못 해봤다. 그게 내게 남겨진 유일한 과제다'라고 하면서 콜아웃할 때도 팬들은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승리와 패배라는 것은 각본으로 만들어진 허구에 불과하죠. 하지만 이미 락과 오스틴이 두 번 레슬매니아에서 맞붙었고 항상 락은 패했다는 전적은 비록 각본의 산물이라고 해도 이미 일어났기 때문에 실제적인 역사 같은 느낌을 팬들한테 줍니다. 락이 저 얘기를 할 때 팬들은 각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실제에 대한 얘기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WWF와 WcW의 시청률 경쟁이 실제 역사이고, 브렛 하트가 스크류 잡을 당한 것이 실제 역사이듯이. 






비슷하게 존 시나가 에지한테 이미 일어났던 두 사람의 대립을 바탕으로 '난 너보다 터프하다. 넌 항상 내가 다시 일어서는 걸 봐왔으니까'라고 했을 때는, 단순한 선역 프로모가 아니라 이미 역사가 돼 버린 두 사람의 대립에 근거한 프로모처럼 느껴지죠. 이런 게 WWE에서 직접 역사를 써본 이들에게 허락된 품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두 사람의 대립을 논하기에 앞서서 에지의 캐릭터 발달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지는 2004년에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쉽'에 대한 갈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냅니다. 크리스 벤와와 함께 라 레지스탕스의 월드 태그팀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에지는 '월챔이 아니면 관심 없다'면서 경기를 거부하고 걍 집에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월드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명백한 방향성과 함께 에지의 싱글 악역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죠.





근데 2005년에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에지는 절친 맷 하디의 연인 리타와 바람을 피게 됐고, 그 실제 삶은 각본에 유입되어서 에지의 각본적 캐릭터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에지의 캐릭터의 방향성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2005년 무렵에 이런 세그먼트가 나온 적이 있죠.









(백스테이지에서 에지와 빈스가 있음)




에지 : 회장님. 만약 제가 WWE 챔피언쉽 도전권을 얻을 수 있게 호의를 베풀어주신다면 오늘 밤 리타가 회장님께 찾아갈지도 모릅니다(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요지의 대사).




빈스 : (역겹다는 표정으로) 잠깐, 너 지금 WWE 챔피언쉽 때문에 네 여자를 이용해 먹겠다는 거야? 넌 그런 놈에 불과했어?




에지 : (당황한 표정)



빈스 : (갑자기 표정을 활짝 피면서) 그렇다면 넌 WWE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거군! 그래! 바로 그런 정신이 필요해! 





위 세그먼트에서 에지는 '개인사적으로 힘든 일이 생겨도 월드 챔피언쉽이 있다면 난 견딜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데, 저건 에지가 2005년에 보여줬던 저 세그먼트에도 완전히 부합하는 말입니다. 에지는 사생활 문제 때문에 캐릭터에 변화가 오던 2005년에도 챔피언쉽에 대한 갈망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에지는 2004년에서 2005년, 심지어 2009년에 오기까지 캐릭터의 일관성을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죠. 




하여튼 그렇게 해서 2006년에 시작한 에지와 존 시나의 라이벌리. 당시 존 시나는 꽤 불안불안한 처지에 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thsdhrhdgpds/220768190949





위 블로그 주소에선 레슬매니아 22가 끝난 다음 날. WWE 챔피언 존 시나에게 트리플 H, 에지가 모두 나와서 도전하는 세그먼트를 볼 수 있습니다.







존 시나 : 정 그러면 둘이 싸워서 이긴 다음에 승자가 내게 도전하면 되겠군?



에지 : 그럴 수 없어. 난 어젯밤 경기 때문에 화상을 입었거든. 일 대 일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야. 그 대신에 나랑 트리플 H가 네 놈을 2:1로 때려눕히는 건 어떨까?




트리플 H : 그래. 에지 말에 요지가 있군. 어쩔 건가, 챔피언? 난 네가 널 지지하는 팬들을 '대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에지 : 맞아. 네 체인 갱 멤버들을 실망시킬 순 없잖아? 물론 그 팬들이 딱히 많이 남이 있는 거 같진 않지만 ㅋㅋㅋㅋ 



존 시나 : 그래? 너희 두 놈 다 나한테 덤벼 봐.








저 당시에 존 시나의 상황은 몹시 불안했습니다. 블로그의 링크를 타고 가서 보면 알겠지만 존 시나가 나오는데 팬들은 다 야유를 퍼붓고 오히려 트리플 H한테 환호가 쏠립니다. 트리플 H가 존 시나의 악수를 거부했을 때 환호가 쏟아집니다. 에지는 대놓고 '네 팬들 얼마 남지도 않았잖앜ㅋㅋㅋㅋㅋ' 하면서 비웃는 상황이죠. 





존 시나가 선역 영웅인데도 저렇게 처참한 야유와 증오를 받고 있을 때, 자신을 지지해주는 팬들을 대표하면서 말할 수 있는 가치란 뭐였을까요? 그토록 증오 받는 영웅이 WWE 챔피언으로 활동하는 게 무슨 존재 의의가 있었던 걸까요?






그 답은 에지를 척결하는 데 있습니다. 에지는 개인적인 야망 때문에 태그팀 파트너를 등지고, 친구의 여자를 빼앗는 등 모든 신의(loyalty)를 저버렸고, 반칙을 쓰고 머니 인 더 뱅크를 캐쉬인하면서 정당한 노동(hustle)이 아닌 비겁한 수단을 택했고, 릭 플레어와 믹 폴리 같은 선배를 공격하고 타미 드리머의 아내를 상대로 굴욕적인 핀을 한다든지 존 시나의 집에 찾아가서 아버지를 공격하는 등 존경심(respect)이란 것을 전혀 모르던 악한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에지는 존 시나가 내건 슬로건인 허슬, 로얄티, 리스펙트에 반대되는 인물이었던 것. 존 시나가 허슬 로얄티 리스펙트란 티셔츠를 처음 입고 나온 건 2004년 스맥다운이라고 기억하는데(기억이 가물가물함), 2006년에 와서야 존 시나는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완전히 반대편의 상대를 만나게 된 것. 






위 세그먼트의 시작 부분에서, 트리플 H는 존 시나에게 악수를 청하는 제스쳐를 보입니다. 하지만 존 시나가 악수를 받아들이려는 순간 손을 빼내며 존 시나를 조롱하는 모습을 보이죠. 존 시나의 캐릭터는 저 상황에서 악수를 거부하기가 힘듭니다. 2006년에 트리플 H는 악한일지언정 존 시나가 어느 정도 리스펙트를 표할 수밖에 없는 대선배였죠. 허슬, 로얄티, 리스펙트 중에서 '리스펙트'의 규율에 묶인 존 시나는 대선배의 악수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다음 주엔 삼치가 악수를 청했을 때 뺨을 때리는 걸로 화답하긴 했지만, 저건 공개적인 모욕을 당한 다음의 일이니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죠).  하여튼 삼치를 상대로 시나는 완전한 영웅이 되는 대신에 다소 주눅 들었던 모습이 있습니다. 하지만 에지라는 상대역을 만난 다음에 존 시나는 보다 대등한 위치에서 영웅의 역할을 편안히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리스펙트할 가치가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에. 






에지의 관점에서 존 시나를 보자면 그야말로 복장 터지는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4년 고향 토론토에서 열린 섬머 슬램에 에지는 인터컨티네탈 챔피언으로 출전합니다. 근데 막상 그날 환호는 크리스 제리코한테 모두 다 가버리고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에지는 야유를 먹습니다. 그 이후에 에지는 서서히 턴 힐하기 시작했고, 월드 챔피언이 되겠다는 명목 아래에서 태그팀 파트너를 버립니다. 이듬 해에는 실제로 친구를 배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당 이미지가 더 강화됩니다. 복수귀가 되어서 거머리처럼 따라붙는 그 친구 놈을 떼어버리겠다고 머니 인 더 뱅크를 걸고 '패자는 raw를 떠난다'는 조항의 경기를 한 다음에야, 리타의 도움을 받아서 매트 하디를 간신히 이긴 다음에야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머니 인 더 뱅크를 캐쉬인했지만 존 시나한테 간단히 리벤지 당해버렸고, 그해 레슬매니아에서 불속에 뛰어드는 미친 짓까지 한 다음에야 간신히 메인 이벤트 전선으로 다시 기어올라왔는데...






정작 그 메인 이벤트 전선에 있는 챔피언이란 놈은 야유를 자기보다 더 쳐먹고 있는데도 타락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습니다. 자긴 무기에 반칙에 여자 친구의 도움에 불피어에 온갖 변칙적인 수단을 다 써야 간신히 WWE에서 헤쳐나갈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 정상에서 만난 챔피언이란 인간은 정말 밋밋하기 그지 없는 올바른 길만을 추구하면서도 자기보다 훨씬 더 성공하고 있습니다.





에지의 입장에서 존 시나에게 패하는 것은 비극 그 자체입니다. 자기가 정의와 윤리를 포기해가면서까지 얻어낸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도, 그 정의와 윤리에 근거해서 행동하는 존 시나에게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에지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반대로 존 시나 입장에서도 에지에게 패하는 것은 비극입니다. 존 시나가 에지에게 패하는 것은, 한 사람의 패배가 아니라 자신이 대변하는 가치의 패배를 상징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에지가 저 위 세그먼트에서 '난 너를 증오해. 네가 대변하는 모든 가치가 증오스러워'라고 말하는 부분은 납득이 갑니다. 에지는 성공을 위해 모든 윤리적 가치를 저버렸는데, 정작 존 시나는 그 모든 윤리적 가치를 끌어안은 채 에지보다 더 성공하고 있습니다. 에지는 거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보고,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2006년과 2009년 사이엔 3년의 간극이 있지만 에지는 자신의 캐릭터의 일관성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대니얼 브라이언이 10년도에 데뷔한 이후 은퇴할 때까지 항상 자기 캐릭터의 일관성을 놓친 적이 없듯이.




하지만 반대로 에지는 2005년 이후에 존 시나를 잠깐이라도 주춤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적수입니다. 존 시나가 뤄로 오기 이전, 에볼루션 시대의 악역 끝판왕 트리플 H는 존 시나를 상대로 패했기 때문에. 에볼루션 시절 트리플 H의 슬래지 해머는 골드버그마저 잠재우는 비장의 수단이었지만 레슬매니아 22에서 트리플 H는 슬래지 해머를 쓰고도 존 시나한테 패했습니다. 2006년 백래쉬에서 트리플 H는 존 시나한테 로우 블로우를 날린 다음에도 오히려 롤 업 패를 당했죠.



 

존 시나가 2005년에 뤄로 온 이후에, 2007년 10월에 부상으로 챔피언을 반납하기까지 거의 이 년 동안에 존 시나에게서 챔피언 벨트를 빼앗은 상대는 에지와 RVD 뿐입니다. RVD가 약물 문제 때문에 WWE 챔피언쉽 전선에서 멀어지면서 챔피언이 되던 당일 날의 열기를 제외하면 다소 잊힌 편인데, 그렇다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건 에지죠. 2006년 초반에 에지는 머니 인 더 뱅크를 캐쉬인하면서 챔피언이 됐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챔피언이 됐을 때는 존 시나를 타이틀 샷으로 가격하고 RVD를 커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에지가 직접적으로 시나를 커버하진 않았어도, 존 시나가 추구하는 정도에 반대되는 반칙을 써서 챔피언이 된 거라고 볼 수 있죠.  더해서, RVD가 존 시나를 꺾고 챔피언이 된 순간마저도 에지의 난입이 있었습니다. 에지가 존 시나를 공격했기 때문에 존 시나는 패배했죠.




전 시대의 악역 끝판왕 트리플 H마저 존 시나에게 쓰러진 와중에 존 시나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에지. 에지는 존 시나가 상징하는 가치를 모두 어긴 상극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때문에 에지가 저 세그먼트에서 '네가 인정하든 말든 우리 둘 사이의 싸움은 나뿐만 아니라 너도 지치게 하고 있다'고 하는 부분엔 설득력 있습니다. 에지는 존 시나 앞에서 늘 절박한 입장이었지만, 에지의 필사적인 공격은 존 시나를 여러 번 쓰러뜨렸죠. 오직 에지만이 존 시나를 그만큼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존 시나가 슈퍼맨이라면 에지는 크립토나이트죠.

 




두 사람은 위 세그먼트에서 언급했듯이 서로 무수한 전투를 치렀고 각자 고향에서 싸운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상대편의 고향에서 승리를 거뒀죠. 그것도 생각해보면 몹시 씁쓸하면서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2006년 섬머 슬램을 앞두고 에지는 존 시나의 고향 집에 찾아가서 아버지의 뺨을 갈기는 등 모욕적인 행동을 저지릅니다. 존 시나 입장에서 정말로 간절히 원했던 승리란, 고향에서 에지에게 그 모욕을 보복하면서 고향 사람들 보는 앞에서 명예롭게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을 것. 하지만 에지는 존 시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맙니다. 심판 몰래 리타가 건네준 무기를 사용한다는, 존 시나가 인정할 수 없는 에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2006년 언포기븐에서 존 시나는 패배할시에 뤄를 떠난다는 조건 아래에 에지와 타이틀 전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경기 방식은 TLC, 에지가 그 당시만 해도 무패였던 경기 방식입니다. 에지가 정말 간절히 원했을 승리는, 온갖 변칙적인 수단이 난무할 수 있는 자신의 주전장에서 존 시나를 쓰러뜨리는 것. 죽이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존 시나라는 징그러운 상대방을 다시는 보지 않을 수 있게 추방시켜버리는 것. 하지만 존 시나는 에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맙니다. 에지의 고향 팬들이 가득한 적대적인 환경에서 그 야유를 극복하고 분연히 일어선다는, 에지가 증오할 수밖에 없는 존 시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통 고향에서 그 지역 출신 선수가 패배한다는 것은 WWE의 상투적이고 바보 같은 각본으로 여겨지지만, 저 둘의 관계에서는 꽤나 재밌는 요소입니다. 저 둘은 무수한 전투를 치렀고 서로에게 패배를 안겨줬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거두고 싶었던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이 각자 상대방을 고향에서 꺾었을 때의 모습은 그들의 캐릭터를 너무나 잘 나타낸다는 것.






그리고 저 세그먼트 몇 주 뒤에 에지가 '존 시나, 넌 내가 만나본 가장 강한 상대야. 그래서 난 하마터면 너를 리스펙트하게 될 뻔했다... 하지만 널 혐오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서 그렇게 못하겠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너를 혐오한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 세그먼트도 존 시나 vs 에지 라이벌리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있죠. 단순히 '예전에 싸웠던 놈이 또 싸운다'는 게 아니라 '그 오랜 싸움 끝에 에지는 존 시나를 존경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에 존경하진 못하게 됐다'는 새로운 이야기. 이런 게 바로 랜디 vs 시나 라이벌리에 부재한 부분입니다. 







흔히 '존 시나의 최고 라이벌은 누구냐'라는 질문의 후보로 에지가 많이 꼽힙니다. 그밖에도 존 시나가 프로레슬러로서 평가가 훨씬 상향된 최근의 상대들이 언급되기도 하죠.





그런데 존 시나가 작년에 AJ 스타일스랑 얼마나 훌륭한 경기를 했든, 앞으로 혹시라도 케니 오메가가 WWE에 와서 존 시나와 6성 짜리 경기를 하든 간에, 존 시나가 탑 페이스로 막 시작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정립하게 된 저 라이벌리는 도저히 대체될 수 없다는 것. 그런 면에서 에지는 존 시나의 커리어에서 대체될 수가 없는 라이벌입니다. 그 이후에 어떤 상대를 만났든 간에. 







그리고 재밌는 건 이 두사람은 애초에 라이벌로 점지된 적이 없다는 거죠. 에지 DVD를 보면 에지가 막 캐쉬인을 했던 당시에 WWE 사내에서는 '에지는 지금 메인 이벤터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에지 vs 존 시나' 라이벌리에 찬성한 인물은 존 시나 본인 정도밖에 없었다고 하죠. 그리고 적어도 WWE가 2004년에 에지를 악역으로 돌리면서 '존 시나를 위해서 에지의 악역 캐릭터를 발달시킨다! 허슬 로얄티 리스펙트에 반대되는 캐릭터로!' 라고 생각했을 리는 없죠. 근데 아무런 계획 없이 따로따로 발달되어 온 두 사람의 커리어가 만나는 순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두 사람을 상승시켜버렸다는 것.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캐릭터를 정의해주는 상대가 돼 버렸다는 것. 심지어 2006년 중반에 에지가 챔피언이 된 것 역시 원래 챔피언이었던 RVD가 약물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챔피언 박탈을 당할 사정에 놓이면서 일어난 일. 섬머 슬램 -> 언포기븐으로 이어지는 2연전은 'RVD의 약물 적발'이라는 우연이 아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 시대에는 에지와 존 시나 같은 동반 상승적인 라이벌리가 없다는 점입니다. 두 젊은 선수가 맞붙으면서 한쪽도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버리는, 그런 라이벌리가 없죠.





 그나마 최근에 이런 라이벌리에 근접했던 것이 딘 앰브로스와 세스 롤린스. 2014년 섬머 슬램에서 럼버 잭 매치에서 세스가 승리한 다음에 딘은 단 한 번도 세스를 상대로 제대로 승리한 적도 없고 패하기만 했지만, 아무도 딘 앰브로스가 세스 롤린스한테 먹혀서 모멘텀이 깎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년 초를 생각해보면 이 두 사람 사이엔 재밌는 대비 구도가 있습니다.





https://youtu.be/qnqNvqCx-PY





두 사람의 인터뷰 세그먼트입니다.






 딘 : 오늘 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스 롤린스?





세스 : 응? 뭐야 이거? 






딘 : 뭐긴 뭐야. 인터뷰지.





세스 : 스케쥴 잡힌 거도 없는데 갑자기 왜 이래. 





딘 : 이미 카메라가 와 있잖아. 인터뷰가 없는데 카메라가 와 있으면 이상한 거 아냐?





세스 : 그래. 알았어. 





딘 : 사실 내가 인터뷰 좀 잘하거든. 내 생각에 WWE 네트워크에 내가 호스트인 프로그램 하나 생길 거 같아. 이름 좀 생각해보고 있거든. 투데이 쇼 어때?




세스 : 아냐. 실제로 있는 이름이야.





딘 : 데일리 쇼는 어때.





세스 : 그것도 있는 이름이야. 내가 나왔거든.





딘 : 그래? 상관 없어. 넌 자신이 딘 앰브로스에게서 챔피언쉽을 가져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세스 : 글쎄, 세스 롤린스가 오늘 밤 있을 컨텐더 쉽을 간과하는 건 아니지만, 세스 롤린스는 이미 딘 앰브로스를 이긴 적이 있지. 딘 앰브로스야말로 세스 롤린스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이미 인식하고 있어야 할 입장이잖아. 그리고 세스 롤린스는 타이틀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






딘 : 그리고 딘 앰브로스는 알고 있지. 자신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끝자락까지 갈 수 있는지를 말야. 그리고 만약에 네가 이긴다면 딘 앰브로스는 너를 다시 한 번 링 이곳 저곳에 끌고 다니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을 거야. 그렇게 해본지 오래 됐으니까. 






세스 : 세스 롤린스는 그 사이에 새로운 트릭들을 배웠지. 딘 앰브로스가 놀라게 될 지도 모르지.





딘 : 아냐. 딘 앰브로스는 세스 롤린스 때문에 이미 한 번 놀라봤지. 다시 놀라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앰브로스는 세스 롤린스한테 배신 당하면서 한 번 놀랐었죠. 저기에서 딘은 '그 일 이후로 넌 날 절대 놀라게 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딘 앰브로스는 마이크 하나 들고 카메라 맨 대동하고 락커룸에 쳐들어가서 인터뷰를 시도하는 돌발적인 인물입니다. 반면에 세스 롤린스는 '인터뷰 잡힌 계획도 없는데 왜 이러냐'고 말하는 등, '사전에 잡힌 계획'을 중시하는 꼼꼼하고 정석적인 인물. 그리고 딘 앰브로스가 이미 존재하는 TV 쇼 이름을 언급하면서 자기가 한 자리 해먹을 거라고 말하는 나사 빠진 인물이라면, 세스 롤린스는 '아냐. 난 이미 데일리 쇼 나가봐서 알아. 그거 이미 있는 프로야'라고 말하는 등, 주류 매체에 출연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린 인물.







그런데 세스 롤린스가 '나 데일리 쇼 나가봐서 안다'고 말하면서 은근히 자기 자랑을 말하려고 할 때, 딘 앰브로스는 '응 그딴 거 안 중요해'라고 딱 잘라 말해버린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세스 롤린스가 WWE 챔피언이 되고 주류 매체에 나가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고 해도, 딘 앰브로스에게는 '형제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세스 롤린스가 세상의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어도 절대 성취할 수 없는 것 한 가지는 딘 앰브로스의 믿음을 되돌리는 것이 돼 버렸으니(적어도 저 당시 각본 기준으로는). 





저 세그먼트는 2015년도 두 사람의 대립과 일맥상통함. WWE의 지도층이 세스 롤린스를 '업계의 미래'라고 점지하고 세스 롤린스는 성공가도를 달렸습니다. 반면에 딘 앰브로스는 경기에서 공식적으로 챔피언 타이틀을 얻은 적이 없는데, '진짜 WWE 챔피언은 나다'면서 뜬금 없이 세스의 타이틀을 들고 나가버리는 기행을 벌인 적 있죠. 세스 롤린스는 권력의 선택을 받아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엘리트이고, 딘 앰브로스는 복장부터가 엘리트와는 거리가 먼 비주류임. 그런데 정작 딘 앰브로스는 명예와 긍지를 가진 쪽은 자신이고 세스 롤린스에겐 그것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주장하는 것. 딘 앰브로스의 존재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세스 롤린스의 빈 부분을 상징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단순히 '이긴 쪽은 겟오버하고 진 쪽은 내려가는' 것 이상의 라이벌리였습니다.    




 

그리고 세스 롤린스가 악역으로 온갖 화려한 성공을 거둔 다음에 뒤늦게 선역으로 참회를 시작했을 때, 세스 롤린스가 그 모든 성공에도 불구하고 얻지 못한 긍지는 바로 딘 앰브로스한테 있다는 게 쉴드 재결성을 두고 밀당하던 시절 두 사람의 재밌는 심리극이었죠. 






그리고 이밖에도 로만 레인즈 vs 빨대맨이 각본에 대한 복잡한 설명 없이 걍 치고 받는 걸로도 재밌는 라이벌리를 구축했는데, 둘 다 턴페한 지금은 걍 서로 딴 길 갈 듯 싶네요.






하여튼 이렇게 아직 자신의 시대를 가져보지 못한 이들이 서로 치고 받으면서 동반 상승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 자체가 WWE를 보는 데 묘미 중 하나인데 그런 부분이 요즘은 부재한 거 같습니다.


BEST 추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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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구지BEST 등록일: 2018-01-03 21:33
잘읽었습니다. 레인즈는 2015년 후반부에 브레이 와이엇과의 대립이 참 아쉽습니다. 수뇌부에서 짜준 캐릭터로 깔린 길밖에 가지 않던 레인즈에게 있어서 캐릭터의 정체성이나 구체성을 만들어줄 괜찮은 상대였는데 앰브로스와 와이엇패밀리 부하들이 끼어들면서 그냥 와팸 vs. 실드 가 되어버렸죠.

최근에 스트로먼과의 대결이 그나마 레인즈의 커리어에서 좋은평가를 받는 이유는, 서로 몸안사리고 서로 열심히 치고밖는것도 있지만, 누가봐도 현저하게 신체적 능력과 조건에서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스트로먼의 존재가 레인즈에게 그 자체로 '진짜' 고난이나 역경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각본상으로 아무리 레인즈에게 캐싱인을 맞게 하고, 로열럼블에서 29명을 상대로 방어전을 치루게 하고, 권력에 의해 부당한 시련을 겪게 한다고 해도 그게 어차피 레인즈에게 짜여져있는 로열로드의 일부라는것을 이제 대부분의 팬들이 아는이상, 레인즈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스트로먼하고 싸울때 보면 레인즈는 '진짜' 힘들어 보여요. 그 순간에는 그게 역경과 고난이라는 체감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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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건 등록일: 2018-01-03 20:15
참 정말로 WWE에서 최고의 스타로 뜨려면 진한 라이벌리가 흥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드레 더 자이언트, 마초맨 랜디 새비지, 얼티밋 워리어, 어스퀘이크, 밀리언 달러 맨, 제우스 등과 라이벌리를 가진 헐크 호건, 더 락, 트리플 H, 숀 마이클스, 그리고 빈스 맥마흔라는 프로레슬링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을 가졌던 스티브 오스틴, 그리고 에지, CM 펑크, 바티스타, 랜디 오턴, 대니얼 브라이언 등과 좋은 대립을 펼쳤던 존 시나... WWE가 정말로 로만 레인즈를 원탑으로 만들고 싶었다면 동시대에서 다양한 라이벌을 키워서 좋은 대립을 만들어내야 했는데 현실은 전부 한끼 식사로 전락해 버렸죠. 자원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세스 롤린스, 딘 앰브로스, 핀 밸러, 브레이 와이어트, 브라운 스트로먼, 케빈 오웬스 등 정말로 뛰어난 선수들을 라이벌로 가졌어야 했는데 말이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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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구지 등록일: 2018-01-03 21:33
잘읽었습니다. 레인즈는 2015년 후반부에 브레이 와이엇과의 대립이 참 아쉽습니다. 수뇌부에서 짜준 캐릭터로 깔린 길밖에 가지 않던 레인즈에게 있어서 캐릭터의 정체성이나 구체성을 만들어줄 괜찮은 상대였는데 앰브로스와 와이엇패밀리 부하들이 끼어들면서 그냥 와팸 vs. 실드 가 되어버렸죠.

최근에 스트로먼과의 대결이 그나마 레인즈의 커리어에서 좋은평가를 받는 이유는, 서로 몸안사리고 서로 열심히 치고밖는것도 있지만, 누가봐도 현저하게 신체적 능력과 조건에서 자기보다 우위에 있는 스트로먼의 존재가 레인즈에게 그 자체로 '진짜' 고난이나 역경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각본상으로 아무리 레인즈에게 캐싱인을 맞게 하고, 로열럼블에서 29명을 상대로 방어전을 치루게 하고, 권력에 의해 부당한 시련을 겪게 한다고 해도 그게 어차피 레인즈에게 짜여져있는 로열로드의 일부라는것을 이제 대부분의 팬들이 아는이상, 레인즈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스트로먼하고 싸울때 보면 레인즈는 '진짜' 힘들어 보여요. 그 순간에는 그게 역경과 고난이라는 체감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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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구지 등록일: 2018-01-03 21:41
에지:시나나 롤린스:앰브로스의 대비를 말씀해주신것처럼 레인즈는 누군가를 만나 비교되고 대비되면서 자기 캐릭터를 구체화할 기회가 필요해요. 사실 레인즈만큼 집중적 푸시를 받고, 다양한 대립상대를 만나다 보면, 각본진에서 일부러 마련해주지 않아도 그런 상대나 대립을 한번쯤은 경험하게 될텐데, 레인즈는 그게 지겹게도 안되네요.

한편으로는 레인즈를 대권에 올리는 시기에, 그가 꺾어야할 최종보스로 일찌감치 자리잡힌 레스너의 존재가 레인즈에게는 완전히 잘못 설정된 보스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는데, 레스너라는 최종보스의 포지션이 참 애매하다는거죠. 브록레스너는 프로레슬러로서나 WWE 소속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한 외부로부터의 침략자, 이레귤러같은 존재인데, 이와 대비되는 포지션을 차지하면서 성장하기에는 레인즈가 가진 '속성' 들이 그리 잘 맞질 않아요.

차라리 진작부터 트리플 H 를 최종보스로 설정해서 '권력 vs. 반란자' 로서 바티스타가 에볼루션을 붕괴시키던 스토리를 벤치마킹하던가, 시나 vs. 레인즈로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우던가 하는게 훨씬 쉽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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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dㄴㄹㅇ 등록일: 2018-01-03 22:19
2015년도에 브록 레스너 vs 로만 레인즈에 진행될 때는 브록 레스너의 이방인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흐름이 있었죠. 대니얼 브라이언이 패스트레인에서 로만한테 패한 다음에 세그먼트에서 이런 대사를 했던 게 그런 흐름이라고 봅니다.

'어쏘리티를 비롯한 사람들은 항상 '미래를 위해 잠재성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해. 그런데 그들이 그런 얘기를 할 때 정말로 얘기하는 것은 '체격, 외모, 힘' 같은 외형적 스펙일 뿐이고, 내가 그 모든 것을 갖췄지만 내 열정의 절반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졌다가 사라지는 걸 본 줄 알아? 그 '열정'이 어쏘리티는 못 알아보지만 팬들은 알아보는 거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지만 너(로만)는 야유하는 거야. 하지만 지난 밤 경기에서 넌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열정을 갖고 있단 걸 보여줬어. 난 그걸 봤기 때문에 어떤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부탁이나 하나 들어줘. 레슬매니아에서 브록 레스너를 박살내버리라고.'

대니얼 브라이언은 로만 레인즈와 싸움 끝에 그를 인정해주면서 금수저 이미지를 씻겨내리려고 합니다. 대니얼 브라이언이 저기에서 말하는 '장래성이란 명목 아래에 WWE 수뇌부의 선택을 받았지만 체격, 힘, 외형에 비해 열정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던 인물'의 전형은 2002년도의 브록 레스너죠.

비슷하게 폴 헤이먼도 15년도 초반 내내 로만 레인즈의 혈통을 강조하는데, 저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로만이 프로레슬링 가문에서 자라난 놈이니까 본질은 프로레슬링에 닿아 있다. 너희 레슬링 팬들한테서 멀리 떨어진 놈이 아니다' 이런 의미가 있었겠죠. 14년도 내내 존 시나가 '브록 레스너는 프로레슬링에 관심이 없다'는 걸 강조했다는 걸 보면 여기에서 대조적인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프로레슬링에 관심도 열정도 애정도 없지만, 언더테이커의 연승을 깨부수고, 회사에 수년 간 헌신한 존 시나를 짓밟아버리고 최종 보스 자리에 덜컥 앉아버린 브록 레스너 <-> 레슬링 가문에서 태어나 잠재성을 가진 채 업계에 입문해서 일찍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의심의 대상이 돼 버렸지만, 그 와중에도 좋은 경기를 통해 대니얼 브라이언에게 인정을 받으며, 전대미문의 최강자를 상대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로만 레인즈.

저 당시엔 로만 레인즈는 입 꾹 다물고 있고 폴 헤이먼과 대니얼 브라이언이 포장을 해줘서 그런지 로만 레인즈의 캐릭터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고 봅니다.

존 시나의 상극이 브록 레스너라면, 로만 레인즈 역시 브록 레스너의 상극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찌 됐든 로만 레인즈는 지난 5년 동안 풀 타이머로서 회사에 헌신했죠. 브록이 파트 타이머인데도 가장 강한 푸쉬를 받는 동안. 다만 문제는 존 시나의 자기한테 주어진 환경을 바탕으로 상대방과 자신을 대조시키면서 대립 구도를 만들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 캐릭터 형성력이 있는데 로만에겐 그게 없다는 것.

로만한테 저런 능력이 부족하면 WWE 내부적으로라도 각본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지금 WWE의 각본은 손 꼽히게 나쁜 시기입니다. 이게 오늘 내일 문제가 아닌 게 이 년 전에 트리플 H vs 로만 레인즈를 봐도, 로만 레인즈는 분명히 타락한 권력 체제에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긴 채 대항하는 캐릭터여야 하는데, 정작 로만 레인즈의 레슬매니아 도전권은 '어쏘리티가 내려준 지시에 따라서 트리플 쓰렛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서' 획득됩니다. '베스트 포 비지니스'를 위해서 로만 레인즈까지 공정하게 경기에 껴주는 어쏘리티는 팬들한테 딱히 미워해야 할 대상도 아니고, 저렇게 윗선에서 시키는대로 경기해서 도전권을 따내는 레인즈 역시 체제에 저항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고... 총체적 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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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E 등록일: 2018-01-03 21:47
좋은 글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두 선수의 라이버리를 이해하기 매우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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